블룸버그와 CNBC 등 미 경제매체들은 28일(현지시간) 베저스 CEO가 보유한 아마존 주식 가치가 938억달러(약 106조원)에 달해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대 자산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지난 3·4분기에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공개하자 27일 아마존 주가가 13.22%나 급등해 베저스 CEO의 재산을 하루 만에 104억달러(약 12조원)나 늘려놓은 것이다. 베저스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현대차 시가총액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어릴 적부터 기술 분야에 큰 관심을 뒀던 베저스가 지난 1986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월가의 뱅커스트러스트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그가 전 세계 유통시장을 주무르는 세계 최고 부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994년 안정된 보수를 보장해주는 월가의 직장을 뛰쳐나와 부모로부터 빌린 30만달러로 온라인 서점인 ‘카다브라’를 설립하면서 그의 인생은 커다란 변곡점을 맞게 됐다.
이후 아마존닷컴으로 이름을 바꾼 그의 사업체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시작한 그의 온라인 서점은 전 세계를 무대로 승승장구하며 반스앤노블 등 굴지의 대형 서점들의 기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창업한 지 6년 만인 1999년 타임은 베저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저스의 야심은 아마존을 ‘세계 최대의 서점’으로 키우거나 당장 수익을 내서 부를 일구는 데 머물지 않았다. 베저스는 아마존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시장의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1997년 당시 적자를 내던 베저스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마음만 먹으면 이윤을 낼 수 있지만 지금 이윤으로 남길 수 있는 부분을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 말은 이후 영화평론사이트부터 데이터마이닝과 데이터분석, 동영상 서비스, 신문 사업과 인공지능(AI)·로봇 사업, 최근 고급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 인수까지 분야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망라하는 거침없는 사업 확장으로 전 세계 유통시장을 집어삼킨 아마존의 행보를 예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이 오늘날 유통업의 ‘게임체인저’이자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공룡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단기적인 수익에 대한 집착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혁신과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중시한 베저스 CEO의 경영철학이 자리했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부호 타이틀을 거머쥔 베저스는 이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아마존의 고도성장에 발맞춰 미 서부 시애틀에 이은 ‘제2 본사’ 건설과 의약품 사업 진출이 그것이다. 아마존은 내년 초 50억달러의 투자와 일자리 5만개를 내건 제2 본사를 선정하며 또 한 번의 변화를 채비하고 있다.
또한 뉴저지·루이지애나·미시간·오리건·뉴햄프셔 등 미 전역의 12개주에서 약국 면허를 취득하며 의약품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약국 면허를 확보해 의약품 도매업이나 온라인 판매, 헬스케어 사업 확장 등으로 나설 경우 베저스 CEO의 혁신의 불꽃은 유통뿐 아니라 미디어·금융·헬스케어 등 미 산업 전반에 또 한 번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