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늘어나는 노인인구의 속도를 볼 때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8%였던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35년 28.7%, 2065년에는 42.5%로 급증한다. 재정 부담을 당해내기 어려워진 광역자치단체가 지역 의원들로 하여금 무임승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내놓도록 한 이유다.
겉보기에는 무임승차 비용을 누가 내느냐의 싸움 같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30년째 그대로인 무임승차 노인연령인 65세를 누가, 어떻게 올리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 모두 노인연령 상향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자칫 노년층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도시철도법 개정안에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거나 무임승차 할인을 조정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서서히 시작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승차의 역사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전이어서 무임승차 손실을 누가 내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저출산 고령화를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도시철도 노선이 점차 확대되고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지자체의 무임승차 관련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회 예산처가 추정한 노인 무임승차 감면액은 내년 5,492억원에서 2020년 6,694억원, 2022년 8,159억원으로 급증한다. 여기에 통계청 분석을 보면 한국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3.5%에서 2020년 15.7%, 2030년 24.3%, 2040년 32.3%로 치솟는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 이르는 것이다.
기재부가 지자체 간 형평성이나 건설비 지원 같은 이유 외에 노인연령 상향을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 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무임승차 연령 기준을 그대로 끌고 가는 데는 무리가 있고 정부가 재정 부담을 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본질적으로 재정 지출을 줄일 묘안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노인연령 상향 추진 방침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중교통 비용을 올리려 들 경우 새 정부의 지지층이 떠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 축은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의 생계비 경감인데 이 기조와 거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공감대는 있지만 복지·사회 시스템과 연결돼 충분한 연구와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내년 이후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20일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노인연령 인상이나 러시아워(통근시간은 유료화) 문제 등 검토하는 사항이 있다”고 답변한 것을 고려하면 이 논의의 시작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준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고령화로 근로 계층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인의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