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극우 기독교사회당(PSC)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 하원의원. /트위터 캡처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의원이 내년 브라질 대선판도를 흔들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패혐의로 재판 중인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구속돼 후보로 나오지 못할 경우 보우소나루는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여론조사 업체 이보페에 따르면 대선주자에 대한 투표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5~36%, 보우소나루 의원은 15%를 각각 기록했다. 이보페는 내년 10월17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고 두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의원의 결선투표 진출 전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우 기독교사회당(PSC) 소속인 보우소나루 의원은 최근 미국 뉴욕과 보스턴·마이애미 등을 방문해 브라질 유권자들과 외국 투자가들을 만나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등 이미 대권을 향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특히 그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며 ‘브라질판 트럼프’를 자처해 눈길을 끌었다.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 의원은 “최소한 군사정권 시절에는 거리가 안전했다”며 군사정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자신이 브라질에 만연한 부패와 폭력에 대응할 정치인임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4년 총선에서는 리우데자네이루를 지역구로 삼아 출마해 최다득표로 당선되기도 했으며 앞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좌파정권의 포퓰리즘이 결국 브라질을 망쳤다”며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평판을 쌓았다.
하지만 극우정치인답게 자극적인 언행을 일삼아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64~1985년 군사정권을 미화하는 발언은 물론 여성·성적소수자·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2013년 BBC에 “내게 게이 아들이 있다면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아들은 사고로 죽는 게 낫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듬해에는 좌익 성향의 동료 여성의원에게 “강간당할 가치도 없다”고 말해 소송을 당했다. 이 때문에 최근 그의 미국 방문 당시 조지워싱턴대는 “인종차별주의자·성차별주의자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정치적 생존능력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다”며 전 세계에서 87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그의 방문일정을 취소시키기도 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