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대통령 시정연설, 국민통합 위한 메시지 담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1월1일 취임 이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다. 본회의에 상정된 내년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는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와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사회·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힐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과 관련해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던 자유한국당이 국회 복귀를 결정하면서 제1 야당이 빠진 채 시정연설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현 정부 앞에 놓인 현안은 산더미다. 9개월째 공석인 헌법재판소 수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진성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대기하고 있고 유남석 헌법재판관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내놓은 공무원 증원 문제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다뤄야 한다. 모두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 경제도 챙겨야 한다. 3·4분기에 1.4%의 깜짝 성장을 이뤘다고는 하나 소비는 여전히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해 소득주도·친노동정책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탓이 크다. 이래서는 경기 회복도 요원하고 청년들의 눈물도 닦아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28일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촛불은)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로 편 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이 촛불을 통해 단합된 힘을 보여줬듯이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재계와 노동계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 통합을 이끌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협치와 사회적 대통합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담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가치관이 다른 보수 야당이라도 대화하고 협력해 설득해야 한다”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고언이 대통령의 연설원고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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