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호텔의 대부가 에어비엔비와의 경쟁에 관해 업계 동료들에게 쓴 소리를 했다. 귀 담아 들을 만한 충고가 많다.
이언 슈레거 Ian Schrager는 1980년 대에 부티크 호텔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부티크 호텔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뚜렷한 특색을 지닌 신종 호텔로, 사교의 중심이 된 시크하고 분위기 좋은 로비에 큰 중점을 뒀다. 이 콘셉트는 당시엔 비웃음을 샀지만, 지금은 호텔업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슈레거는 지난 6월 자신의 최신작인 퍼블릭 뉴욕 Public New York의 리본 커팅식을 가졌다. 맨해튼 로워 이스트 사이드 Lower East Side에 소재한 퍼블릭 뉴욕은 객실 370개의 럭셔리 호텔이다. 하지만 이번엔 가격 혁신이 일어났다. 1박 숙박비가 150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는 70세의 이 선지자와 마주 앉아 퍼블릭 호텔과 서비스 산업, 그리고 에어비엔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퍼블릭 호텔 뒤에 숨겨진 원대한 계획은 무엇인가?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모두를 위한 럭셔리다. 그건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혁명적이기까지 하다. 럭셔리를 도입해 그것을 민주화하면, 모든 이들이 이용하도록 만들 수 있다. 얼마나 부자인지, 럭셔리의 전통적 기준이 무엇인지는 관계 없다. 매우 세련됐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단순하지도 않다. 사람들은 럭셔리 호텔에 거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뉴욕에서 1박에 150달러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나?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고 다시 생각해 지나간 시대의 불필요한 잔재들을 없애버렸다. 그런 잔재들은 고객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것들이다. 그들이 중시하는 건 군복에 금장 버튼, 견장, 흰 장갑을 끼고 굽실거리는 직원들이 아니다. 고객들은 전통적인 럭셔리의 기준을 중시하지 않는다. 완전히 변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호텔에 대한 럭셔리한 접근법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호텔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 호텔 설립은 내 평생 들어본 것 중 가장 황당한 얘기다. 매력적인 상품은 특정 인구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밀레니얼 세대만을 위해 아이폰을 만들었는가?
밀레니얼 세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에어비엔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에어비엔비 모델은 훌륭하고 천재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다. 나는 아무 것이나 쉽게 천재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에어비엔비 창업자들은 똑똑했다. 그들은 정말 확실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개인적으로 모든 훌륭한 아이디어는 확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어비엔비는 훌륭한 아이디어일 뿐만 아니라 호텔 산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얘기하든, 내게는 분명 치명적인 위협이다.
호텔업계의 반응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호텔업계는 에어비엔비의 영향력을 부정하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가 생겼을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완전 똑같다.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업계가 그들을 견제할 순 있지만, 사업적 진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1995년 델라노 사우스 비치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이언 슈레거와 투숙객들
에어비엔비도 호텔과 똑같은 세금과 안전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안전 같은 몇가지 이슈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공평한 경쟁이 돼야 한다. 그렇지만 그 공방에서 일어날 일의 측면에서 보면 그 문제는 부수적이다. 한마디로 연막에 불과하다. 그것이 쟁점도 아니고, 적절한 싸움의 방법도 아니란 얘기다. 강력한 아이디어는 강력한 아이디어로 맞서야 한다. 호텔은 에어비엔비보다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 가격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호텔도 주택공유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호텔이 훨씬 유리한 입지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와 혁신이 에어비엔비에서 나왔다면, 호텔은 그 바통을 이어 받아 그것들을 더 잘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거부감을 보면, 부티크 호텔을 처음 창시했을 때, 모두가 당신을 미친 사람 취급했던 일이 떠오르나?
똑같다. 모든 새로운 생각은 회의론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검은색 정장을 빼 입은 소호에 사는 사람들만 내 호텔에 올 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어떤 호텔 분야보다 부티크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당신은 지난 몇 년 간 매리엇 호텔과 함께 일을 해왔다. 상황은 어떠한가?
굉장히 잘 운영되고 있다. 매리엇은 훌륭한 사업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내게 매우 호의적이다. 그들도 나도 약간 삐걱거린 적은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든 것을 합의 하에 진행하고 있다. 절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나도 합의 없인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협업은 그들에 대한 나의 진심 어린 애정과 존중으로 지속되는 것 같다. 그들은 업계 최고이고, 이 사업에 가장 밝다. 그들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다른 호텔 경영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몇 주 전 매리엇 친구들에게 “호텔을 나처럼 모험적 사업가 방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모험적 사업가가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큰 기업처럼
운영해야 한다. 모든 친구들이 웃었지만 난 정말 그렇게 느꼈다. 난 트럼프를 오랜 시간 알아왔다. 그를 정말 좋아한다. 트럼프가 빨리 적응해서 국가를 잘 운영했으면 좋겠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LEIGH GALLAG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