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 /사진제공=서울 중구청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등 3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등재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등재가 보류됐다.문화재청은 3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조선통신사기록물’이 등재됐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8개국의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등재목록에서 빠졌다. 유네스코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보류(postpone)한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 of UNESCO) 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회의를 열어 기록유산들의 가치를 심사했고, 이라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등재 여부를 확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한 일본 정부의 저지를 이겨내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IAC와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은 최근 탈퇴를 선언한 미국(22%)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0% 정도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지난 2015년 중국이 단독으로 등재를 신청했으나 유네스코로부터 다른 피해국과 공동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받았다. 이에 8개국 14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지난해 등재를 재신청했다.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을 비롯한 2,744건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나눔의집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국가기록원 등 국내 기록물 654건이 포함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중 어보/사진제공=문화재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중 죽책/사진제공=문화재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채보상운동발기문/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은 의례용 도장인 어보 331점과 세자 책봉이나 직위 하사때 대나무나 옥에 교서를 새긴 어책 388점으로 이뤄졌다. 조선왕조 초부터 근대까지 57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작·봉헌된 점과 의례용으로 제작됐지만 내용, 작자, 문장의 형식, 글씨체 등에서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았다. 1907년부터 1910년까지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인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은 전 국민의 25%나 참여해 국가 위기 속 시민들이 책임을 다한 기념비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선통신사기록물’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바쿠후(일본의 무사정권)의 요청으로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외교사절에 관한 기록이다.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등 3건의 등재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현재 16건이 됐다. 지난 1997년 훈민정음 혜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2001년 승정원일기와 직지심체요절을 등재했고 2007년에는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과 조선왕조 의궤, 2009년에는 동의보감을 각각 유산 목록에 추가했다. 이후 2011년 일성록과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2013년에는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 기록물, 2015년에는 한국의 유교책판과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1992년 시작한 사업으로 한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준 자료, 역사적 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그 시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반영하는 자료가 등재 대상이다./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