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설비 등 시설 투자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인 46조2,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최근 3~4년간 매년 23조~25조원가량을 시설 투자에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운 돈을 미래 성장에 베팅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 3·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2조500억원, 영업이익 14조5,3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 2·4분기(각각 61조원, 14조700억원)에 세운 신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 호조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판매 확대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며 “반도체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스마트폰 판매도 회복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조3,000억원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놀라운 기록은 4·4분기에 또 한 번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0조원,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4·4분기에 반도체에서만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전세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전무 역시 “4·4분기의 경우 모바일 기기의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늘고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역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이며 수급 역시 타이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 전무은 “평택 공장 2층 일부 공간을 활용해 D램 설비를 증설하기로 했다”며 “D램의 경우 제품별 시황과 10나노 공정전환 상황 등을 고려해서 탄력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3·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9조9,600억원을 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은 2013년 3·4분기 10조1,600억원이었는데 이제 반도체 사업만으로 당시 회사 전체 이익에 맞먹는 수익을 내고 있다. 고용량·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독보적 기술 경쟁력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 평택 단지에서 64단 3D낸드를 생산 중이고 10나노급 D램을 적용한 64GB 이상 고용량 서버 D램 등의 차별화된 제품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매출액 27조6,900억원, 영업이익 3조2,9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갤럭시노트8 출시, 갤럭시J 시리즈 등의 인기로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늘었지만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출·영업이익이 전 분기(30조100억원, 4조600억원)보다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매출 8조2,800억원, 영업이익 9,700억원을 달성했다. 애플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신규 OLED 라인 증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경쟁 심화 등으로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었다. 가전 부문에서는 매출 11조1,300억원, 영업이익 4,4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시설투자에 총 29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에도 14조1,000억원가량의 시설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 한 해 총 시설투자 규모(25조5,000억원)보다 많은 돈을 반도체 사업 성장에 쓰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 전무는 “올해 총 반도체 투자 중에 D램과 낸드 비중이 4대6 정도”라며 “시장에서 공급 과잉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3·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가량이 반도체에서 나왔을 정도로 반도체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며 “당장 실적이 잘 나오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경우 삼성전자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