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부친 살인 피의자. /연합뉴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속속 발견됐지만 여전히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와 범행 동기, 사용한 흉기, 피해자와 관계 등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양평경찰서는 3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허모(41)씨의 금융거래 및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전날 허씨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에 남아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확보한 증거를 이용해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중점을 주고 있다. 허씨는 이달 21일부터 25일 범행 직전까지 ‘고급빌라’, ‘가스총’, ‘수갑’, ‘핸드폰 위치추적’ 등 단어를, 25일 범행 직후에는 ‘살인’, ‘사건사고’ 등 단어를 검색했다. 범행 일주일 전에는 용인지역 고급 주택가를 둘러보는 등 범행대상을 찾는 듯한 행적도 나타났다.
허씨가 범행 전 살상 무기가 아닌 ‘가스총’이나 ‘수갑’을 검색한 것을 두고 애초 살인을 계획하지는 않았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허씨가 범행을 저지른 후 보인 행적을 따라갈 때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나긴 하지만 범행 후 허술한 현장 수습 과정은 우발 범죄 모습을 띠기도 해 수사진을 헷갈리게 했다. 경찰은 허씨가 부유층을 상대로 강도 범행을 계획하고 양평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를 몰고 귀가하는 윤모(68)씨와 마주치자 금품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살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범행 동기, 범행 도구, 범행 대상 선정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허씨는 검거 직후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라는 진술을 한 뒤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날 오전부터 9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는 동안 허씨는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허씨 입을 열기 위해 프로파일러와 수사팀을 교대로 투입해 면담과 조사를 번갈아 가며 진술을 유도하고 있다.
경찰은 채무 발생 원인과 수입, 지출 등 경제 사정을 증명할 금융 정보도 분석하고 과거 통화내역까지 살펴보고 있다. 최근 1주일 치 통화 내역에서 지인, 업무 관계인 등과 전화를 한 것 외에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범행도구인 흉기를 찾기 위한 수색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허씨는 피해자 윤씨와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한 증거 앞에서조차 진술을 거부하며 이렇게까지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피의자는 처음”이라며 “앞으로 범행동기와 범행도구, 대상 선정 이유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50분 사이 양평군 윤씨 자택 주차장에서 윤씨를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