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급 방식에 대해서도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축소하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런 에너지 전환에 따라 국민들은 현재보다 전기요금을 매달 13,680원 더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서 이달 17~20일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설문조사는 유·무선 전화 RDD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응답자의 35.8%는 현재 속도가 적당하다고 했지만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35.6%에 달했다.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은 25.4%였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전면 중단, 노후 석탄 발전소 폐쇄 등으로 원전과 석탄 발전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의 4%에서 20%까지 늘리겠다고 한 상태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원전사고의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인식은 30대(90.3%)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50대(85.2%), 40대(83.5%) 순으로 높았다.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와 노후 원전 해체에 대해서도 40대(78.8%)와 30대(78.4%)에서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이렇게 발생하는 외부비용을 발전원가에 포함시켜 소비자들이 분담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66.3%로, 반대 여론(28.2%)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실제 유럽 주요 국가들은 환경 관련 세제를 도입하고 배출거래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최종 소비자가 외부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최근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해 온실가스 거래제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소비자들이 분담하도록 한 바 있다.
한편 응답자의 절반(50.6%)은 전력 발전에 있어 경제성 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이 비싸도 환경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부터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도 37.3%였다. 반면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1.2%에 그쳤다. 이는 올해 초 정부가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및 전력시장 운영과 관련 경제성, 환경 및 국민 안전의 영향을 검토하도록 규정한 데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들은 에너지 전환에 따라 월 13,680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월 17,878원으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이 월 9,769원으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지역이 월 16,987원으로 가장 높았고, 비교적 낮았던 광주·전라지역은 월 12,563원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또 “현재의 전력 수급 정책은 발전량보다 설비용량 중심을 관리되고 있어 실제 발전량의 변화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전력수급계획을 설비용량 믹스 대신 발전량 믹스 중심으로 수립해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연구진은 △외부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세제개편 △시장 규제 기관과 사업자를 분리시키는 전력시장 개혁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