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례에 발목잡힌 여의도 재건축

상업지역 주상복합 건물서
비주거 비율 30%이상 규제
오피스텔로 의무비율 채우기 안돼
수정아파트, 올 도계위 상정 어려워
여의도 다른 단지에도 영향줄듯

서울의 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이번에는 ‘용도용적제’라는 서울시 조례에 발목이 잡혔다. 일반상업지역에 위치해 서울시의 최고층수 35층 규제를 피해갈 수 있어 주목받고 있는 여의도 수정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이 조례에 막혀 차질을 빚고 있다. 용도용적제는 과도하게 주거 용도 비중을 높인 주상복합의 공급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000년 도시계획 조례를 통해 도입한 제도로 상업지역의 주상복합건물에서 비주거용(상업·업무시설) 연면적 비율을 30% 이상 확보하도록 하는 규제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6월 개정된 조례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때 오피스텔로 비주거용 의무비율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상업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상업·업무 용도 확보를 위한 조치다. 서울의 일반주거지역 아파트에 대한 최고층수 35층 규제에 이어 상업지역 주상복합에 대한 비주거용 의무비율 확보 규제가 새로 적용되는 것이다.


수정아파트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이하 수정재건축추진위)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영등포구청을 통해 6월 서울시에 용적률 600%가 적용된 최고 49층의 아파트 664가구, 오피스텔 301실을 짓는 내용의 재건축사업계획안을 제출했다. 이에 서울시는 9월 수정재건축추진위에 새 용도용적제 기준에 맞게 오피스텔을 제외한 업무·상업시설 연면적 비율 30%를 확보한 내용으로 재건축사업계획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수정재건축추진위는 기존 계획안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시행 인가를 위해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미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단계부터 이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수정재건축추진위는 일단 현행 기준에 따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 이 같은 입장 차에 따라 수정아파트의 재건축사업계획안은 연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상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정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새 용도용적제 기준의 첫 적용 사례로 상업지역 아파트 재건축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상업지역 내 아파트단지로는 수정 외에 서울·공작·진주·자이 등 5개 단지가 있으며 이 중 2008년 준공된 자이를 제외한 모든 단지가 1978년 전에 지어져 재건축 가능연한을 채웠다. 수정아파트처럼 최고 49층의 주상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공작아파트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6월 영등포구청에 재건축사업계획안을 제출해 관련 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비주거용 건물로 오피스텔 대신 업무·상업시설을 갖춰야 하는 새 용도용적제 규제가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상업지역에는 본래 용도지역 기능에 맞는 업무·상업시설을 짓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동안 오피스텔이 소형 주거시설 공급을 위한 긴급 처방으로 인정돼 규제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었다”며 “업무·상업시설은 분양이 잘 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사업자 입장에서 새 규제는 악재”라고 평가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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