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공시가격) 이상 집 갖고도 기초연금 타는 노인 8만명

시세 3.8억~5억 이상…집값 상위 13%
주택연금 월 100만원 넘게 탈 수 있어
70%에 주려고 재산·소득기준 완화 탓



공시가격 3억원(시세 3억8,000만~5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했으면서도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이 8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연금을 받고 주택관련 금융부채가 없는 노인 부부가 이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 상품에 가입하면 매월 100만원 이상을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20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 89만여원보다 많다.

대선 표심을 겨냥해 기초연금을 잇따라 올리는 정책에만 매달리다 보니 국민·주택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계층에까지 혈세를 퍼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기초연금 수급자 주택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초연금 수급자 480만여명 가운데 54%(260만여명)가 유주택자였다. 공시가격(시세의 60~80%) 3억원 이상 주택을 가진 기초연금 수급자도 7만8,851명이나 됐다. 이 중 82%인 6만4,694명은 기초연금 전액(20만6,050원)을 받았다. 공시가격 6억원(시세 7억5,000만~10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기초연금 수급자도 2,058명이나 됐다.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2017년 공동주택가격’에 따르면 아파트·연립주택 1,243만채 가운데 공시가격이 3억원을 웃도는 물량은 161만여채로 상위 13%에 든다. 이처럼 상당한 재산을 가진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기 위해 재산·소득기준을 완화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 등 일반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빼주는 기본공제액을 25% 인상(대도시 1억800만원→1억3,500만원)하고 환산율을 연 5%에서 4%로 낮췄다. 그 결과 공시가격 6억원인 대도시 주택의 소득환산액이 월 205만원(4억9,200만원×0.05÷12개월)에서 155만원(4억6,500만원×0.04÷12개월)으로 낮아져 기초연금을 타거나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20만원으로 올린 기초연금 최고액을 내년 4월 25만원, 2021년에는 30만원으로 인상한다. 덕분에 기초연금이 깎이기 시작하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현행 월 30만9,000원에서 37만5,000원으로 올라 노인 10만명이 추가로 기초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초연금 인상으로 추가되는 혈세는 내년 2조7,000억원(국비 2조1,000억원, 지방비 6,000억원) 등 향후 5년간 29조5,000억원에 이른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기초연금법상의 70% 지급 조항을 고치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다”며 “노인빈곤 완화 효과를 높이고 재정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개선하고 국민연금 등과의 관계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재산의 소득환산 체계를 손질하고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노인의 기초연금을 깎아 웬만한 근로자보다 형편이 나은 노인들에게 불필요하게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릴 때부터라도 소득·재산 하위 70%에 일률 지원하지 말고 좀 더 취약한 노인에게 집중해 노인빈곤 완화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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