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EO 세대교체]삼성 이사회 의장에 이상훈...경영일선 후퇴 속 역할 주목

세대교체 따른 혼란 최소화 의도
조직 안정화, 개편작업 진두지휘
계열사간 업무 조정까지 담당
"개편 작업 마치면 용퇴" 관측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이상훈(62)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삼성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과거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팀·미래전략실에서 계열사들의 전략을 총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에서 맡고 있던 모든 보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난 이 사장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1955년생으로 ‘세대교체’의 대상인 이 사장의 이사회 의장 기용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삼성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이사회 의장 발탁을 ‘테크노 최고경영자(CEO)’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새롭게 사업 부문장을 맡게 된 김기남 반도체(DS)부문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장이 모두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사회 운영과 주주 관리에는 미흡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한 적이 있고 스태프 부서 경험도 많은 이 사장이 이들 3인 대표를 돕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들을 보완하는 역할과 더불어 세대교체와 이사회 개편 작업이 안착할 때까지 ‘가교역할’도 할 것으로도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외국인 경영자 등을 중심으로 사외이사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놓았다. 이 사장으로서는 이런 시도가 현실화될 때까지 의장직을 수행하며 이사회 조직을 꾸려가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옛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그룹 사정을 훤히 아는 이 사장이 삼성전자 이사회를 이끌며 세대교체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인 혼란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현업에서 손을 뗐지만 이사회 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만큼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상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 측근으로 꼽히는 이 사장이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전자 계열사들과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삼성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이사회를 중심으로 전자 관계사들이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사업을 조율하고 전략을 논의하는 형태로 컨트롤타워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전자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로서 역할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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