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된 안봉근(위쪽)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전격 체포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 댓글·정치공작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국정원·청와대 사이 ‘검은 커넥션’이 드러나면서 검찰 국정농단 수사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박근혜 정권 실세를 겨냥하고 있다.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10월30일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 자택을 압수 수색하고 이들을 긴급 체포했다. 또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택 등 10여 곳도 함께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안 전 비서관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에게 흘러 들어간 단서를 포착했다. 특히 국정원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하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일부가 매년 정기적으로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건네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2014~2015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 전 장관도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데 관여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에 건네졌다고 알려진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40억원가량.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를 안 전 비서관 등이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안 전 비서관 등은 당시 공무원 신분이라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면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앞으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썼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불러 특수활동비가 안 전 비서관 등에 건네진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어떤 경위에서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면 이른바 ‘검은 예산’이라 불리는 특수활동비 규모가 한층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 사법 처리를 피했던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결국 뇌물수수 혐의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국회증언 불참으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