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인간 vs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대회] "AI 분당 대응속도 2만"에 함성...변칙엔 대처능력 떨어져

프로게이머 송병구 4:0 압승
판단력·통찰력서 인간이 앞서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한 플레이어가 인공지능과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APM(actions per minute·분당 대응 속도)이 2만을 넘겼어요!”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AI) 플레이어가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나서면서 순간 APM 속도가 2만으로 치솟자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커졌다. 인간과 AI의 대결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졌다. 프로게이머의 APM 평균 속도는 30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AI의 대응 속도가 인간의 66배를 웃도는 셈이다. AI 플레이어가 수십 마리의 저그 뮤탈리스크를 한 마리씩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는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세종대가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강당에서 개최한 세계 최초 ‘인간 대 AI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인간은 통찰력과 창의력 부분인 전략·전술에서 AI를 능가했다. 현재까지 스타크래프트 AI는 구글의 딥마인드처럼 학습 기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다만 스크립트 기반으로 주어진 상황에 맞게 AI가 스스로 게임을 진행하는 수준이다.


이번 대결에는 2명의 일반인 플레이어와 프로게이머, 4종의 AI 플레이어가 참여했다. AI 측 대표로는 올해 세계 스타크래프트 AI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호주의 ZZZKBOT와 노르웨이 TSCMOO, 한국 MJ봇, 페이스북 CherryPi 등이 경기에 나섰다. AI는 병력 생산과 자원 확보, 컨트롤 등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속도와 정확도로 일반인 플레이어에게 압도적으로 승리(1승 5패)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프로게이머와의 경기에서는 변칙적인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떨어지며 4대0으로 완패했다. 실제로 1경기부터 인간 대표로 나선 송병구 선수는 AI를 압도했다. 총 4차례 경기시간이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인간의 완승이었다.

AI와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송 선수는 “AI와 게임을 해보니 생각보다 꼼꼼해 일반 사람과 하는 느낌이 났지만 컨트롤 등 섬세한 부분에는 아쉬움이 보였다”며 “프로게이머가 AI 기술 개발에 참여하면 완성도 있는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MJ봇을 개발한 김경중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분야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바둑과 달리 정찰·빌드·전투·확장·생산 등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므로 의사결정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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