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사랑의 온도’ 방송 캡처
지난 31일 방송 된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25-26회에서는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져만 가는 정우(김재욱)와 정선(양세종)의 모습이 그려졌다. 잔뜩 날이 선 말들로 정선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놓았던 정우는 굿스프의 적자를 모면할 제안을 제시하지만, 정선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그와의 결별을 선포했다. 일과 사랑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두 남자의 팽팽한 대립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김재욱이 냉철한 사업가로 돌아왔다. 5년 전 정선과 현수(서현진)를 만나기 전 정우는 끝없이 싸워야만 했다. 정우에게 진다는 것은 곧 실패를 의미했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그는 성공을 위해 어떻게든 싸우고 이겨서 쟁취해야만 했다. 하지만 정선과 현수를 만난 후 그의 인생에도 봄날이 찾아왔다. 한없이 퍼주어도 아깝지 않았고 바라만 봐도 행복했으며, 곁에서 두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하루 하루가 소중한 날들이었다. 그랬던 정우가 사랑 앞에서 사정없이 감정에 휘둘리던 끝에 중심을 잡기 시작하면서, 좋고 싫음이 분명했던 냉철한 사업가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드러내기 시작해 극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김재욱의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해질수록 극명히 달라지는 디테일한 감정표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선을 도발하며 그의 분노를 이끌어낼 때 김재욱은 독기 어린 눈빛과 자조적인 웃음으로 분노와 처절함이 뒤섞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반면 굿스프의 경영을 두고 정선과 갈등을 주고 받는 모습은 지독히도 냉철했고 현실적이었다. 자신의 요리를 건드린다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정선과는 달리 정우는 철저히 흑자를 내기 위한 컨설팅 방안을 제시하며 “현실이 안 받쳐주면 타협해.”라는 말로 그를 압박했다.
특히 김재욱은 투자금을 돌려주며 서로의 길을 가자 말하는 정선을 향해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서로 방향이 다르니까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 가치관이 다른 거야.”라며 결별을 전하는 정선에게 정우는 “난 네 나이 때 오로지 돈 벌겠단 생각만했어. 뭐든 했어. 내 가치관하고 달라도 절박하면 해. 넌 절박하지 않은 거야.”라고 반박했다. 그 말 한 마디 속에는 정우가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을지 그의 아픔을 함축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우에게 있어서는 정선과의 가장 긴밀했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과도 같다.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하면서도 결코 먼저 인연의 끈을 놓겠다는 말만큼은 내뱉지 않았던 그에게 정선의 “경영에서 손 떼.”라는 이별 통보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김재욱은 겉으로는 애써 덤덤하고 무심한 척 하지만 여전히 정선을 향한 시선에는 따뜻함과 애틋함을 절묘하게 녹여내 이중적인 정우의 마음을 표현해냈다.
순간순간 감정선에 맞게 변화하는 김재욱의 유연한 연기는 극의 몰입을 높이고 있어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한편 ‘사랑의 온도’는 매주 월, 화 밤 10시 SBS에서 방송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