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DJ 집중 사찰…"MB 사이버사 활동의 원조"

당시 보안사, 'DJ는 기회주의적' 여론 조작 시도
이철희 의원 “MB 사이버사, 잘못된 역사 반복한 측면 있어”

전두환 전 대통령/연합뉴스
전두환 정권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가 5·18 민주화운동의 파급력을 억제하기 위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보안사 예하 505보안부대의 1985년 4월 30일 자 ‘특별 보고’ 문건에 따르면, 보안사는 ‘K.T’라는 명칭을 붙여 김 전 대통령 주변을 뒷조사했다. 505보안부대는 “K.T 추종 세력은 13개 단체 235명”이라며 “대부분 50세 이상 노년층으로 구성됐다”고 보고했다.


이어 보안사는 “신민당과 민한당 가입자들이 주선해 364명이 9회에 걸쳐 K.T 가(家)를 집단 방문했다”며 “광주사태 관련자는 K.T가 행동 방향을 결정하면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505보안부대는 전남의 학생, 종교인, 공무원, 일반시민 등이 김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계층별로 정리한 ‘도민 시각’을 보고했다.

학생은 김 전 대통령을 ‘우리의 꿈을 실현해줄 유일한 전남 출신 인물’로 보고, 종교인은 ‘K.T와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손잡고 일해야 민주주의가 이룩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안사는 파악했다. 또 공무원은 ‘K.T나 Y.S는 상호 권력 다툼으로 자멸할 것’으로 전망하고, 일반시민의 경우 ‘K.T의 인기 상승은 현실에 대한 불만 덕분’이며 ‘K.T로 인해 광주 시민이 또다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보고를 올렸다.

505보안부대는 김 전 대통령이 활동하면서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표출’하는 것으로 여론을 조성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듯한 표시를 보고서에 남기기도 했다. 보안사의 특정인에 대한 뒷조사와 여론 동향 파악이 이명박 정부 당시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했던 업무와 유사한 점이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사이버사가 지난 2011∼2012년 문재인 대통령 등 유명인사 33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향을 파악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사이버사는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의 SNS 내용을 수집한 데이어 가수 이효리, 야구선수 이승엽 등의 동향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전두환 정권이 5·18 유족과 김 전 대통령의 만남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다”며 “과거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이버사 등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임우철 인턴기자 dncjf845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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