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폐 청산만 있고 협치는 없는 文대통령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했다. 외환위기 당시 고통받던 국민의 삶에 대한 회고로 서두를 뗀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물론 국가권력기관 개혁, 공공기관 채용비리 혁파부터 안보와 개헌, 평창올림픽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빠짐없이 언급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람 중심 경제와 적폐 청산, 반칙 없는 사회에 대한 강조다. 이는 6월 시정연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집권 초와 달리 각종 국정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본회의장에는 청와대 회동에 불참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포함해 여야 5당 대표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6월 시정연설 때처럼 협치 메시지가 전달됐다면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는 이전의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운영을 촉구하거나 법안에 대한 국회 협조를 요청하는 의례적인 말만 남겼을 뿐이다. 협치나 소통 같은 단어는 한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70%를 육박하는 지지율이 만들어준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지만 야당이나 반대세력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야당에서 “정치 곳간을 옥죄지 말라”거나 “국민 통합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데 이의를 보일 이는 없다. 하지만 가치관이나 정책이 다르다고 특정 정치세력을 외면하고 배제한다면 국민 통합은 물론 정국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당제 구도에서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현안들을 풀고 정책을 원활히 집행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후 항의 현수막을 든 야당 의원들과 악수하는 모습은 정국 운영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똑같이 투영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협치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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