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가 2020년까지 SK울산콤플렉스(CLX)에 약 1조원을 투자, 하루 생산량 4만 배럴 규모의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신설한다. VRDS는 감압증류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이번 투자는 2020년부터 전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추기로 한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강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또 최근 글로벌 환경규제로 수요가 줄어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감압 잔사유를 활용해 이를 연료유나 경유, 나프타 등 고부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저유황 선박 연료유 시장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수익성 개선과 함께 환경적 가치까지 더해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준SK이노베이션총괄사장
이번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이 올 초 발표한 3조원 투자 계획도 상당부분 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4,2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다우의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 인수, SK네트웍스의 주유소 도매사업 인수, 7,400억원 규모의 중국 중한석화 증설, 서산 배터리 생산설비 5·6호기의 증설, 유럽 배터리 공장 신설 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SK이노베이션의 투자액만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개되지 않은 투자와 해외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 만큼 올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문화 개선 등 최태원 회장이 제안한 경영전략 ‘딥체인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내년 정기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서는 처음이며 국내 시가총액 30위 기업 중에서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이어 두 번째다.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전자기기 등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올해 중간배당도 실시했다.
기업문화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의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으며 전주빵카페, 모어댄 등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