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젊은 과학자 "지원하되 연구 자유와 독립성 보장해달라" 호소

‘영사이언티스트 토크 2017’에서 한목소리
영국, 독일, 스웨덴, 일본 연구자들 "자신만의 연구시스템 필요" 강조
임대식 혁신본부장, "젊은 과학자 지원은 늘리고 행정부담은 줄이겠다"

마리 위버그 스웨덴 우메아대학 교수(왼쪽 두번째부터), 미츠노부 카노 일본영아카데미 부의장(오카야마대 교수), 미리엄 아커만 독일 바이로이트대학 교수, 모리츠 리드 세계영아카데미 공동의장(옥스퍼드대 교수)가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이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Young Scientists Talk 2017’에 참가한 뒤 공동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 일본, 스웨덴 등에서 온 만 45세 미만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주제 선정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자유롭게 연구하며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는 연구 시스템을 희망했다.

각국의 차세대 젊은 과학자들은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너나없이 ‘연구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꼽았다. 이날 행사는 지난 2월 출범한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의 첫 국제교류 행사인 ‘영사이언티스트톡 2017’(Young Scientists Talk 2017)의 일환으로 열렸다.

모리츠 리드 세계영아카데미 공동의장(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은 “연구자로 첫발을 뗀 젊은 과학자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자신만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며 “연구독립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2~3년 가량 주어진 연구과제를 진행하다보면 새로운 결과가 없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리학자인 그는 태양전지와 OLED 디스플레이 소자 등을 연구하고 있다.

리드 교수는 “보통 과학자들은 어렸을때부터 커리큘럼을 따르게 된다. 석사와 박사도 주어진 토픽만 연구하고 공부해 자신만의 연구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자율성과 연구독립성은 함께 하는 개념인데 초기부터 자신만의 연구와 독립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연구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개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비정규직 문제는 위험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젊은 연구자를 끌어들이려면 고용 안정화를 통한 ‘연구 지속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리 위버그 스웨덴 우메아대 교수는 “젊은 연구자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며 “ 스웨덴에서는 그동안 젊은 연구자들이 과감한 연구 주제에 도전할 수 있게 10년간 안정적인 지원을 보장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 진척은 있지만 이상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미리엄 아커만 독일 바이로이트대 교수는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연구독립성과 행정독립성이 중요하다”며 “연구자가 스스로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가 제약받지 않아야 한다.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 어떻게 연구 자율성을 구축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츠노부 카노 일본 오카야마대 교수는 “과학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신뢰할만한 증거를 들어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라며 “어떤 질문이든 던질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의 상황은 그런 면에서 훌륭하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본의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받기 위해 연구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압박감을 느낀다고도 토로했다. 이어 “일본에서 연구자들이 뛰어난 성과를 내지 않는 한 비정규직을 벗어나 제대로 된 ‘학자’로서의 길을 걷기는 쉽지 않다”며 “인건비가 줄어들어 젊은 과학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일 ‘Young Scientists Talk 2017’ 축사에서 청년 과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다양한 연구 기회를 보장하며 안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편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날 ‘Young Scientists Talk 2017’ 축사에서 “청년 과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다양한 연구 기회와 안정적인 지원을 확대하며 창의적, 도전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학술·교류 활동도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 중심의 지원이 국민 행복과 삶의 질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실천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산·학·연 연구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간담회를 갖고 “과학기술정책의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R&D)이 경제발전의 도구로 인식돼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단기적인 성과 창출을 강조해 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혁신본부가 정책을 기획·조정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과학기술혁신정책 이니셔티브’도 밝히며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부처마다 다른 R&D 관리 규정을 하나로 만들어 연구자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국가 R&D 사업에서 나온 성과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도록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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