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세상에 상처받은 그 순간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첫 번째 명장면은 순수한 과학도인 재연이 자신의 연구 아이템을 빼앗은 후배와 이를 묵인한 연인 정교수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다. 세상과 사랑에 상처받은 심정을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라고 말한다. 포스터의 메인 카피로도 사용된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암시가 된다.
#2. “재연씨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소설 속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슬픈 춤
두 번째 명장면은 소설가 지훈의 소설 속 내용을 낭만적인 동화처럼 묘사한 숲 속에서 춤추는 장면이다. 재연의 삶을 소설로 쓰면서 점점 공감하고 빠져든 지훈은 소설로나마 재연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상상 속이기에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되지만, 이미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에 상처 받을 걸 알면서도 사랑을 받아들인 재연의 아픔을 공감하는 관객들에게 깊은 슬픔을 전한다.
#3. “손이 참 따뜻하네요”
처음으로 받은 위안의 손길
세 번째 명장면은 큰 사건이 일어난 후 숲 속에서 재연을 다시 만난 지훈과 재연이 손을 잡는 장면이다. 처음으로 타인에게서 위로를 받는 순간이기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재연의 삶을 망가뜨린 지훈에게마저 “손이 참 따뜻하네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배우 문근영은 “너무 가슴 아팠던 대사”라며 “재연의 외로움과 아픔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말이었다”면서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로 꼽았다.
영화 <유리정원>은 나무와 인간을 결합시킨 신선한 소재와 소설이라는 매개를 활용해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국내외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스크린을 초록으로 물들인 환상적인 이미지는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주며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 생태계와 욕망에 의해 타인을 짓밟는 인간 사회를 대비시키며 공존하는 삶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명왕성>, <마돈나> 등 개성 강한 작품들로 전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신수원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자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문근영의 인생 연기로 언론과 평단은 물론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