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에 창업까지…‘펀드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정부가 2일 혁신창업과 벤처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 방안을 내놓았다. 벤처기업 스톡옵션 비과세를 10년 만에 재도입하고 엔젤투자의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앞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신규 출자에 필요한 3조원 내외의 재원은 재정과 정책금융 등에서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조달할 모양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 벤처가 돈 걱정 없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계획이다. 펀드 모집·운용 등이 순조롭게 이뤄져 신생 벤처들이 성장해나가는 데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의 벤처 지원 확대는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인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 펀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이런저런 펀드들을 만들어 벤처 활성화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생태계는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 이끌려 마지못해 펀드 출자를 하니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정부는 생색만 내고 결국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새 정부 역시 ‘펀드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일자리 활성화 방안 발표에서도 이번 창업대책과 마찬가지로 펀드 조성이 주요 내용으로 제시됐다. 1,000억원 규모의 소셜벤처 전용 투자펀드가 그것이다. 그동안 관(官)이 나서서 펀드를 만들고 혜택을 몰아준다고 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벤처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없이 경험했는데도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이제는 정부 주도 펀드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많은 벤처 활성화 방안에도 후진적인 생태계가 되풀이되는 이유를 되새겨볼 때다. 관제펀드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저절로 창업·벤처로 자금이 흘러들고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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