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연기금이 처음으로 한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 첫 투자 대상은 이커머스(e-commerce) 시장 성장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물류센터다. 최근 아시아 국가 연기금의 규모가 커지고 투자 지역이 기존 선진국 위주에서 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이들 아시아계 자본의 한국 부동산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 2월10일자 1·27면 참조
2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근로자공제기금(EPF·Employees Provident Fund)은 부동산자산운용사 ADF자산운용과 함께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이치리에 위치한 ‘대화서이천물류센터’를 약 700억원 중반에 매입했다. ADF운용은 싱가포르투자청(GIC)·국민연금·행정공제회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과 다수의 물류센터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에 EPF가 투자한 물류센터는 연면적 5만4,780㎡, 지상3층 규모의 상온창고이며 대상·던롭스포츠가 임차하고 있다.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서이천IC와 덕평IC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물류센터로서 접근성이 우수하다”며 “연기금인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PF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한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PF는 올 상반기 ADF운용과 함께 이지스자산운용·페블스톤자산운용을 국내 투자 파트너로 선정한 바 있다. EPF는 향후 이들 운용사들과 함께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유망한 투자처로 떠오른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PF는 지난 2015년 일본 물류센터 다섯 곳에 1억1,6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투자한 서울 광화문의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앞으로 GIC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 등 아시아 기관투자자들의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서울경제DB
전문가들은 EPF 외에도 향후 동남아시아 지역의 연기금과 일본 기관투자가들도 한국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부동산운용사 대표는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젊은 인구가 많아 연기금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추세”라며 “이들 연기금은 영미권 국가들과 호주·일본 등에 이미 투자를 집행했으며 다음 순서로 한국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남아 연기금뿐만 아니라 일본 연기금과 보험사들도 올해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동남아·일본 등의 기관들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지금까지 싱가포르투자청(GIC), 중국투자공사(CIC), 아부다비투자청 등 아시아 기관들이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바 있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정보 제공 업체인 리얼캐피탈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52억3,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나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