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문과생 취업 탈출구로] "문송하지 마세요" 톡톡 튀는 열정 하나면 通

대부분 직군 전공자격 요건 없어
현대百, 입사자 90% 인문·상경계열
CJ, 신입 공채 직무 180개 세분화
로레알코리아, 유튜브로 서류전형



“문송합니다.”

최근 들어 취업시장에서의 이공계열 졸업자 우대 경향이 강화되면서 인문계열 졸업자, 이른바 문과생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특히 문과생들의 주요 취업 출구였던 금융권이 모바일 혁명으로 지점을 줄이거나 공대생을 찾기 시작하면서 문과생들이 입성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는 씨가 마르는 상황이다. 과거 취업만큼은 자신했던 상경계조차 취업문을 뚫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공시생(공무원 준비생)’ 수가 매년 폭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상황을 자조적으로 빗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인 ‘문송합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른바 ‘문과라서 죄송’하지 않아도 되는 취업 세계는 여전히 있다. 대·중견·강소기업 가운데에서도 전공과 무관하게 톡톡 튀는 감각과 직무에 대한 높은 관심, 열정만 갖추면 얼마든지 기회를 주는 곳이 있다는 뜻이다. 유통·식품·패션·뷰티 업종이 바로 그들이다.

현재 서류·필기 과정을 거치고 면접 전형을 눈앞에 둔 대다수 유통·식품·패션·뷰티 업체들은 실제로 대부분 직군에 전공 제한을 두지 않은 열린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과 취업자 수 비중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 수준에 육박한다. 삼성·현대차·LG·포스코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다수 제조 기반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의 80~100%를 이공계 출신으로 채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셈이다. 이 업종들은 어느새 문과생들에게 취업의 구세주 같은 기업으로까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문과생들을 취업시장에서 대폭 소화하는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캠퍼스 현장 면접, 학교 추천 전형 외 ‘스펙타파 오디션’이라는 블라인드 전형을 도입, 인재를 선발한다. 스펙타파 오디션의 경우 학교, 고향은 물론 전공까지 보지 않다 보니 입사자의 90% 정도가 인문·상경계열 출신이고, 공과계열 출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후문이다. 이 회사는 정보기술(IT), 디자인 등 극소수 특수 직군에만 전공 제한을 두고 있다.

‘드림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2014년부터 블라인드 PT 면접을 도입한 동원(003580)그룹도 50%가량을 문과 출신으로 뽑고 있다. 연구직과 같은 특정 직렬을 제외하면 인문·상경계열 출신에게도 문호를 적극 넓힌 결과다.

다만 전공을 따지지 않는 업종이라고 해서 대비책도 없이 무작정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열린 채용으로 문턱을 낮추면 낮출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지원 회사와 직군에 대한 장기적인 준비와 공부가 필수라는 것.

CJ그룹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직무 적합도가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며 직군에 따라 중시하는 사항도 천차만별”이라며 “다양한 직무 중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보여줘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면접 전에 매장 등을 미리 방문해 보고 고객 중심 사고와 현장 이해도가 높음을 어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회사에 애정이 없이 다른 기업 정보를 말하는 것은 감점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윤경환·박준호·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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