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머니]카카오뱅크 출범 100일…가능성과 한계는

해외 송금 수수료 뚝
대출 가산금리 인하
'메기 효과' 돌풍
혁신 부족 지적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3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서비스 첫날 하루에만 24만명의 신규 가입 고객을 끌어모으며 시중은행을 초긴장시켰다. 당시 한 시중은행장은 “시중은행을 통틀어 한 해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가 15만좌인데 카카오뱅크가 첫날 이 수치를 훌쩍 넘겼다”며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각종 수수료 인하 등 카카오뱅크 따라 하기에 나섰다. 콧대 높던 해외 송금 수수료 역시 기존 은행의 10분의1 수준으로 낮춘 카카오뱅크의 영향으로 시중은행들도 덩달아 인하했다. 그동안 당연시돼온 수만원대의 해외 송금 수수료는 이제 수천원으로 내려앉았다. 금융 당국의 ‘전당포식 영업’이라는 비판에도 꿈쩍 않던 각종 대출 가산금리나 연체 가산금리도 알게 모르게 인하됐다. 여·수신이나 계좌 개설 등을 비대면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은행 전반으로 확산되고 각종 수수료가 인하된 것은 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메기효과’로 볼 수 있다.

또 수십년간 바뀌지 않던 은행의 공인인증서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공인인증서를 없앤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직후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공인인증서나 보안매체 비밀번호 입력 없이 계좌조회, 이체, 자동화기기(ATM) 출금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뱅, 시중銀 변화시켰지만 구조는 못 바꿔


기존시장 내 경쟁에 인터넷銀 무용론 마저

혁신 못할땐 도태…은산분리 규제도 영향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메기효과도 은행의 기존 영업 방식이나 인적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도 초기 자극제 역할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중은행을 더 자극할 정도의 인터넷은행 자체 혁신이 부족하다고 걱정할 정도다. 오히려 인터넷은행이 카드 발급이나 우량 고객 위주의 대출 등 시중은행과 기존 대출 시장을 놓고 경쟁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터넷전문은행 무용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일본의 경우 처음에는 인터넷은행으로 출발했지만 수년이 지난 후에는 카드 발급 등 은행과 비슷한 영업 구조를 갖게 돼 은행의 한 종류가 됐다”며 “인터넷은행이 지금은 시중은행을 긴장시키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지만 자체적인 혁신 없이는 대출 시장을 조금 나눠 먹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 금융 산업을 재편하는 그야말로 ‘큰 메기’ 역할을 못하고 주춤하는 데는 국회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늦추고 있는 영향도 크다. 정보기술통신(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산분리 규정을 적용하지 말고 ICT 기업이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지분 제한을 풀어주자는 것인데 ‘지분제한을 풀어주면 기업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20년 전의 프레임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느닷없이 케이뱅크에 대한 인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은산분리 완화 목소리는 쏙 들어가 버렸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이날 출범 100일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은산분리 완화 정책이 국회에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 은행의 혁신도 늦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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