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사임을 두고 이런 식의 해석이 회자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하지만 패를 나눠 이전투구하는 시중은행의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물론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국민·주택은행에다 장기신용은행이 합쳐진 KB국민은행은 회장 선출이나 인사 때마다 보이지 않는 갈등이 누적돼왔다. 하나·외환은행이 합병한 KEB하나은행 역시 노조위원장이 두 명일 정도로 화학적 통합이 제대로 안 됐다.
그러다 보니 행장 교체기마다 정치권과 연계된 계파 간 투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많은 행장들이 좋은 실적을 냈는데도 안팎 흔들기에 낙마하기 일쑤다. 이렇게 계속되는 내부 갈등에다 낙하산 논란까지 겹쳐 은행 지배구조는 되레 뒷걸음치는 판이다. 더 큰 문제는 노조가 이를 이용해 행장 등 경영진을 흔들고 경영진은 노조의 눈치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특히 새 정부가 친(親)노동계 성향을 보이면서 노조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런 상태에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등에 대응할 혁신은 외면한 채 계파나 따지며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데 경쟁력이 강화될 리가 있겠는가. 시중은행 경영진·노조 모두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파벌 싸움, 손쉬운 예대마진 장사에 취해 있다가는 언제 시장에서 도태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계파 안배를 벗어난 성과·능력 중심의 인사체계와 투명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