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다들 비슷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시카고대에서 유학하던 시절 스티븐 툴민이라는 과학철학의 대가에게 이 작품에 대한 분석을 배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행복은 파랑새가 아니다. 이제 그것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우리는 알게 됐기 때문이다. 행복은 비타민이다. 비타민 중 무엇 하나라도 부족하면 결핍증에 걸린다. 다른 비타민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 행복도 복합적으로 구성되고 하나라도 빠지면 결핍증에 걸리는 비타민이다.
둘째, 행복은 일을 통한 성취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이뤄놓은 것이 많을수록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반대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로 허망하고 불행함에 휩싸인다. 어느 날 상사에게 세 달에 걸친 프로젝트를 지시받는다고 가정하자. 주말도 반납해가면서 과제를 수행했다. 이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다듬는 단계에서 상사가 “더 이상 그 일을 할 필요가 없어. 안 하기로 했네”라고 말하면 누구든지 성취감이 무너져내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행복은 날아가기 마련이다. 평생 어떤 의미 있는 일도 안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으로 100억원을 제안받는다면 당신은 수락하겠는가.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말한 핵심이다.
셋째, 행복은 소유에서 나온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에 따르면 법과 도덕이 부재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이 국가를 만드는 데 동의하는 유일한 목적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것이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는 3년 동안만 기억한다. 그러나 자신의 재산을 빼앗은 원수는 평생 증오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한 말이다. 문제는 연소득 7만5,000달러까지는 소득의 증가가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넷째, 행복은 인정을 받아야 검증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가는 것, 즉 출세하는 것은 행복에 필요하다. 오죽하면 “인류 역사는 인정 투쟁의 역사”라고 독일 철학자 헤겔이 말했을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가까운 사람, 특히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인정해줘도 부모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불행하다. 반대로 부모가 포기하지 않는 자식은 반드시 성공한다.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산다. 그런데 인정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자신에게 받는 격려다.
마지막 행복의 요소는 건강이다.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이 건강·장수가 행복의 중요한 요소다. 자, 그러면 이 다섯 가지를 다 완벽하게 가진 사람이 있을까. 답은 “없다”다. 결국 행복은 이 다섯 개의 행복 요소를 자신이 만족할 만큼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기대보다 더 많이 가지게 되면 그만큼 더 행복한 것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기대치를 낮추면 쉽게 만족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행복이 비타민인 것은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이점은 행복은 객관적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가 아닌가가 결정적 기준이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