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넘게 제약사업에 투자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도 CJ가 제약사업 철수를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CJ헬스케어는 1997년 세계 최초로 녹농균 백신 ‘슈도박신’을 국산 신약 7호로 개발하는 등 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의존도가 높아 매출 기준으로 국내 10위권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매출 5,200억여원 중 전문의약품 부문이 4,000억원을 차지했고 음료·건강기능식품 부문이 1,200억원가량의 실적을 올렸다.
CJ헬스케어가 매각 수순에 돌입하면서 바이오제약 사업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은 삼성·LG·SK·코오롱·KT&G만 남게 됐다. 앞서 롯데제약이 2011년 롯데제과에 합병되며 시장에서 철수했고 한화그룹은 2013년 드림파마를 매각하면서 제약사업에서 발을 뺐다. 이듬해에는 아모레퍼시픽도 태평양제약을 한독에 팔고 제약사업을 접었다.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제약산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기존 제약사가 구축한 영업망을 새로 개척하는 것도 만만찮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업계에서는 CJ헬스케어의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발 중인 신약 후보군이 적지 않은 데다 ‘컨디션’과 ‘헛개수’ 등 소비재 시장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어서다. 글로벌 사모펀드와 다국적 제약사가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국내 제약사가 인수에 나서면 단숨에 국내 제약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매각이나 상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까지 결정된 부분이 없는 만큼 CJ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