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남성적 이미지 벗자"...캐딜락 '감성' 입고 달린다

모녀의 추억 만들기 '드림데이'
인문학 강연·스타일링 클래스 등
문화콘텐츠 매개로 고객과 소통
올 판매량 2,000대 최고성과 기대

GM코리아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캐딜락의 가치와 목표를 알려 나가고 있다. 패션 브랜드 코치와 함께 스타일링 제안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GM코리아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차량인 ‘캐딜락 원’을 비행기에 싣고 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캐딜락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전용기 이름이 ‘공군 1호기’이듯 미국 대통령의 비행기는 ‘에어포스 원’이다. 헬리콥터는 해병대 소속 기체를 타기에 ‘마린 원’으로 부른다. 그런데 미 대통령의 승용차는 민간 브랜드인 캐딜락을 그대로 사용해 캐딜락 원이라고 부른다. ‘캐딜락의 1호차’가 곧 미국 대통령의 차라는 뜻이다.

이처럼 대통령 차에 민간 브랜드 이름이 거부감없이 쓰이는 이유가 뭘까. 미국인들에게는 ‘GM은 곧 미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GM 산하 고급차 브랜드인 캐달락 역시 곧 미국이다. 자동차산업은 과거 오랫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이었고 GM은 그 중심에 있었다. 오죽하면 1950년대 이후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말까지 회자됐을까.

아무튼 GM이 곧 미국이었고 최고급 브랜드 캐딜락은 ‘아메리칸 럭셔리’의 상징이었다. 남자의 차였고, 부자의 차였고 완고함의 상징이었다.

이후 고유가 시대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겪으며 캐딜락도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무겁고 기름을 많이 먹는데다 고장도 잘 나는 차라는 인식이 강해 독일과 일본 차에 밀렸다. 금융위기 때는 GM이 통째로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캐딜락의 이미지도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캐딜락은 최근 수년간 절치부심하며 아메리칸 럭셔리의 자부심을 되찾아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판매대수를 늘리는 동시에 한국 고객들과 친해지기 위한 각종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캐딜락 차량을 한국에 수입·전개하는 GM코리아는 독일이 장악한 한국 프리미엄 차 시장에 미국적 고급스러움을 소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캐딜락_CT6터보
캐딜락의 목표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이 목표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럭셔리를 만들어간다는 개념인데 이는 ‘젊음’과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보수적이고 오래 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문화·예술·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컨텐츠를 매개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GM코리아 관계자는 “캐딜락의 정체성이 담겼으면서도 소비자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막연한 ‘럭셔리’가 아닌 진정한 아메리칸 럭셔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딜락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엄마와 딸의 추억 만들기 마케팅부터 펼쳤다. 사연을 응모한 모녀에게 대형 세단 ‘CT6’를 빌려주고 메이크업 서비스, 전문 사진가의 촬영, 레스토랑 식사 등을 제공하는 ‘CT6 드림 데이’ 이벤트를 통해 캐딜락이 가진 남성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개선했다.

캐딜락이 서울 논현동에서 지난달 15일까지 운영한 ‘캐딜락 하우스 서울’도 브랜드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차량 전시 기능 외에 미팅룸, 라운지, 카페 기능을 갖추는 등 ‘소통’에 주력했다. 당초 한달 동안만 운영하기로 했다가 예상외로 호응이 높자 한 달 더 연장 운영됐다.

GM코리아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캐딜락의 가치와 목표를 알려 나가고 있다. 가수 션이 서울 논현동의 캐딜락 하우스 서울에서 자신의 기부 철학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GM코리아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자동차 자체를 벗어난 감성 콘텐츠로 자동차 고객과 소통했다는 점이다. 패션 브랜드 에트로와 코치,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와 협업해 고객 초청 스타일링 클래스를 여는 한편 소설가 김영하의 인문학 강연, 힙합 뮤지션 딘과 지누션의 특별 공연, 모터스포츠 감독 김진표의 강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런 캐딜락의 시도가 과연 한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제품 자체가 좋아야 차가 팔린다. 캐딜락은 독일 프리미엄 차와 같은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주면서도 가격은 독일차에 비해 낮다고 집중 홍보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브랜드에 아직 낯설다. 캐딜락이 미국 GM 산하 고급차 브랜드라는 걸 아는 소비자조차 그리 많지 않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연간 1만대는 팔아야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고 보는데 캐딜락은 그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남은 길이 멀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그러나 GM코리아는 캐딜락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가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지난 5월 215대를 판매하며 한국 진출 이후 최대 월간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9월에는 216대를 팔아 5월 기록을 갱신했다. 1월부터 9월까지의 판매량은 1,37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7대 대비 189%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3년 연 300대를 팔다 올해는 2,000대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마케팅 전략 변화가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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