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2기에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30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경영자들을 자신의 모교인 칭화대 행사에 불러 모았다.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이 세계에는 기회”라며 중국의 개방은 세계에 제로섬이 아닌 ‘윈윈’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외신들은 재계 거물들이 시 주석의 모교에 모이자 “시 주석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에 대해 중국 정부 및 공산당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중국 진출 외국 기업 내 공산당원들의 활동은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내부적으로 공산당위원회를 설치한 해외 기업 수는 시 주석 집권 전인 지난 2011년 4만7,000곳에서 지난해에는 7만4,000곳으로 57.4% 증가했다. 이들 기구는 기업에서 시 주석의 사상·정책 등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경영진은 공산당 활동이 시 주석의 해외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는 방안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르노 중국지사에서는 올해부터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 직원을 상대로 중국 공산당의 역할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부품 업체 보쉬에서도 토요일마다 당원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문을 공부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한 달 동안 공산당 행사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우며 근무 분위기를 흐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 내 공산당 활동 증가는 중국 민간기업들에 대한 당의 영향력 확장과 맞물려 해외 기업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의 비국영기업 가운데 공산당지부가 설치된 회사 비율은 지난해 68%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늘었다. 공산당은 텐센트·웨이보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지분을 1%씩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 같은 방안이 해외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4일 폐막한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장(당헌)에 ‘시진핑 사상’이 명기되는 등 1인 지배체제 전환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시장보다 국가 개입을 중시하는 시 주석이 경제정책까지 직접 이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국계 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7월 유럽연합(EU) 외교관과 기업 경영진 간 회담 당시 ‘중국 기업과 합작 계약을 할 때 당 조직에 공식 역할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 열린 강연은 시 주석의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실례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열린 칭화대 경영대학원 자문위원회 연례회의에는 쿡 CEO와 저커버그 CEO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 벤처투자사 브라이어캐피털의 제임스 브라이어 CEO,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등 내로라 하는 경제인들이 참석했다.하지만 해외 기업이 공산당 활동을 막을 방법도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다. 해외 기업들이 당 활동을 제약하려고 하면 당 간부의 항의가 빗발치는데다 중국 정부가 소방점검 등 행정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계 기업이 공산당 활동을 비판하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베이징 경영 컨설턴트 회사인 레드파고다의 앤디 목 이사는 “공산당이 각종 기업의 주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이 기업의 중요 관계자가 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 때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