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은 학계에서 한성 백제 시대 도읍지 ‘위례(慰禮)성’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본격적인 발굴 전까지는 시련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조선 영조 때 발간된 ‘동국문헌비고’에 ‘옛날에는 백제의 방수처(防戍處·국경을 지키는 곳)라고 했는데 지금은 폐허가 됐다’고 묘사할 만큼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홍수 피해도 많이 입었다. 1925년 대홍수 때는 네 차례의 집중 호우와 강력한 태풍으로 토성 일부가 무너지면서 원래 4㎞였던 둘레가 2.5㎞로 쪼그라들었고 1984년 대홍수 때는 수압 펌프 고장으로 토성 중간까지 물이 차올라 붕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강남에 불던 개발붐이 강동까지 밀려오면서 아파트 숲에 갇혀 버렸다. 그동안 역사를 대했던 우리의 태도다.
풍납토성 복원 사업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대전고법은 최근 삼표산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사업인정 고시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송파구가 백제 유적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레미콘 공장 부지에 대해 강제수용 절차를 밟는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백제 680년 역사 중 알려지지 않은 500년 역사의 비밀을 풀 수도 있는 발굴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에게 잊히고 감춰졌을지라도 역사는 언젠가 우리 앞에 기필코 모습을 드러내는 모양이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