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선물·옵션 등 국내 파생시장에서 떠나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파생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데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해외 파생 투자를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의 유동성 감소 방지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파생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39억2,796만 계약에서 올해(3일 기준) 8억2,787만 계약으로 79%나 줄어들었다.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이 49%까지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거래계약 기준으로 개인의 비중은 31.89%에서 29.71%로, 기관 비중은 30.89%에서 21.21%로 줄었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보면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장 심각했다. 2011년 25.62%에서 올해 13.07%로 절반 가량 쪼그라들었다. 특히 코스피200선물은 2011년 31.4% 정도이던 외국인의 비중이 작년 62.19%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대신 기관은 35.4%에서 14.05%로 반토막 났다.
반면 해외 파생시장 투자는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파생 투자는 현재 일일 7조원대로 지난 2011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이는 지난 2011년 국내 파생 투자의 진입 장벽을 높인 데 따른 풍선 효과라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파생 시장에 투자하려면 선물은 3,000만원, 옵션은 5,000만원의 예탁금을 내야 하고 사전교육과 모의거래에도 각각 30시간, 50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올 들어 손실 위험이 제한적인 옵션 매수에 한해 기본예탁금을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는 등 다소 규제가 완화되긴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수 년 전에 비해 훨씬 위축된 상태다.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에게 해외 파생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높은 예탁금과 부담스러운 사전 교육이 필요 없어 투자자들에게 권하기 쉬운 데다 수익 측면에서 증권사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임재준 한국거래소 파생시장상품시장본부 상무는 “증권사들이 더 비싼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는 해외 파생 투자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자 위험성이다. 임 상무는 “가뜩이나 리스크가 높은 파생 투자를 해외에서 할 경우 국내 금융당국으로서는 투자자 보호의 수단이 없어 우려가 많다”고 덧붙였다. 시장 건전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규제가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해외로 나간 파생 투자자들을 결과적으로 방치하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국내 파생 시장의 유동성 감소도 걱정거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외국인 비중이 얼마여야 바람직하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그들의 자본 유출입으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또 국내 파생 시장 규모가 감소하면서 유동성이 줄면 가격 발견 기능 등 시장의 효율성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