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大馬도 죽을수 있다... 신 생존전략은 공유 인프라"

CEO세미나서 이례적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최근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대마(大馬)’도 죽을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생존’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딥체인지’에 이어 최 회장이 새로운 생존 대안으로 내놓은 ‘공유 경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계열사 CEO들에게 “기업이 크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그만큼 죽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지만 현재 기업이 처한 상황은 그렇지 않으며 최근 급성장한 SK그룹 역시 늘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올해 6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내건 ‘공유 인프라’ 역시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공유 인프라’를 처음 꺼내 들었을 때 그룹 안팎에서는 공유를 단순히 함께 ‘나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함께 ‘이용한다’는 의미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실 그룹 내에서도 ‘공유 인프라’를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번 CEO 세미나를 통해 공유 인프라의 의미가 정립됐다”고 전했다.

즉 SK그룹이 지닌 유무형의 자산을 계열사는 물론 외부와도 함께 활용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하고 이들을 SK그룹의 경제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변화와 위기에 대처하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공유 인프라’를 앞세운 SK그룹의 신생존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의 발언 이후 ‘공유 인프라’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계열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대표적인 곳인 SK그룹의 사업지주회사인 SK㈜다. SK㈜는 반도체와 바이오 제약, 물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자동차를 활용한 공유 경제인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5년 국내 자동차 공유 업체인 쏘카에 지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 카풀 앱 서비스 회사인 풀러스(Poolus)의 지분투자에 이어 최근 증자에도 참여했다. 또 9월에는 미국 차량 공유 기업인 투로(TURO)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공유 인프라 활용 관점에서 보면 SK㈜의 모빌리티 투자는 SK텔레콤의 자동차 정보기술(IT), SK에너지의 주유소 인프라, SK네트웍스의 차량 경정비 서비스 등을 연계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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