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유협회는 6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제37회 정기총회를 열고 22번째 협회장으로 김 의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회장은 지난 16대부터 18대까지 국회의원을 연임했으며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역임했다.
김 회장의 선임으로 석유협회는 1999년 이후 선임된 11명의 회장 중 10명을 정치인 출신으로 뽑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석유협회장 자리가 정권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신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치인을 석유협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정유사업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 사업은 국가 기간사업으로 가격과 공급량·환경규제 등 정부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다. 예컨대 기름값은 1997년 자율화됐지만 여전히 정부가 ‘비싸다’고 하면 정유사는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직후 정유사들은 잇달아 기름값을 인하했다. 또 현 정부는 정유사들이 의무적으로 원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의 일정량을 비축하도록 하고 있는데 만약 이 기준을 강화하면 정유사 부담은 커진다. 아울러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는 정유사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정부에 대해 ‘을(乙)’의 입장인 정유사로서는 대정부 협상력을 갖춘 정치인 출신 회장이 정유업계를 대변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도 정부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못 내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정부를 상대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업계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 목소리를 내려면 정치인 출신이 유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