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오른쪽 가운데) 일본 총리가 6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전날 아베 총리의 극진한 환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둘째 날인 이날 “수십년간 일본과의 무역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도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 둘째 날인 6일 일본과 중국의 불공정무역을 지적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안긴 아시아 교역국들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이번 순방의 목적이 통상 압박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불공정무역 문제를 걸고넘어지며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미일) 양국의 불공정한 무역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골프회동과 만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치켜세우며 돈독한 ‘브로맨스’를 과시한 지 하루 만에 일본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무역적자 해소를 요구한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에 방점을 둔 대북 공조로 굳건한 미일동맹을 과시했지만 무역 문제에서는 엇박자를 내고 있음이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부터 “일본과 자유롭고 공정하며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싶다”며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작심한 듯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방문하는 대미 무역흑자국 1위인 중국에도 일찌감치 사전 경고를 날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 아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훌륭한 친구다. 사고방식은 다르지만 무역에 관해서는 매우 비슷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중국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통상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임을 시사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의 불공정무역도 잇따라 지적하면서 세계 4위 대미 흑자국인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통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CNN머니는 “그간 한미 양국의 무역정책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며 “자동차와 전자제품 부문이 재협상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핵·미사일 개발을 거듭하는 북한에 최대한 압력을 가하기로 합의하며 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의견 일치를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도 북한에 대한 일본의 독자제재 대상을 확대해 복수의 개인과 단체를 추가하는 방침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