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비리얼’
일동제약 ‘베시보’
종근당 ‘테노포벨’
BMS ‘바라크루드’
길리어드 ‘비리어드’
연 3,000억원 규모의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을 놓고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은 특정 제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경향이 높아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외산에 맞서 새로 도전장을 내민 국산 치료제가 얼마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6일 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의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물질특허가 오는 9일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신약과 복제약을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에만 1,540억원이 판매된 비리어드는 국내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수년째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제품이다. 단일 전문의약품으로 매출액 기준 국내 1위다. 비리어드에 이어 지난해 매출 980억원을 기록한 BMS의 ‘바라크루드’가 2위를 달리며 시장을 양분했다.
일동제약 ‘베시보’ 대대적 공세
부작용 줄이고 가격 경쟁력 높여
국내 제약사 중에서 첫 포문은 일동제약(249420)이 열었다. 일동제약은 지난 1일 국산 신약 28호인 ‘베시보’를 출시하고 대대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동제약이 1941년 창사 이래 처음 개발에 성공한 신약인 베시보는 앞서 비리어드와 바라크루드와 함께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대등한 효능을 보였다.
특히 비리어드를 장기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인 신장 기능 저하와 골밀도 감소도 미미해 국산 치료제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제품으로 꼽힌다. 약에 대한 간염 바이러스의 저항력을 뜻하는 약제 내성도 임상시험 기간에 발생하지 않았고 가격도 비리어드 대비 30% 저렴하게 출시해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안상훈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베시보는 시중 출시된 치료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진 비리어드와의 임상시험에서 효능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없음을 증명했다”며 “국내 B형 간염 치료제 분야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근당(185750)·대웅제약(069620)도 복제약 출시
한미약품(128940)은 개량신약으로 승부
길리어드 ‘베믈리디’ 앞세워 견제
원조 의약품의 염 성분을 바꾸거나 제거한 국산 복제약도 잇따라 출사표를 내밀고 있다. 염 성분은 유효성분의 안정성과 용해도를 높여주는 성분이다. 동아에스티는 비리어드의 염을 변경한 ‘비리얼’을 선보였고 대웅제약은 알약 크기를 3분의 1수준으로 줄여 복용 편의성을 높인 ‘비리헤파’를 출시했다. 종근당은 독자 개발한 염을 적용한 ‘테노포벨’로 맞불을 놨고 한미약품도 염을 변경해 개량신약 수준으로 개발한 ‘테포비어’를 내놨다. 이밖에 휴온스(243070)(휴리어드), 한독(테노퀄), 제일약품(테카비어) 등도 오는 10일 일제히 복제약을 출시하고 경쟁에 가세한다.
국산 B형 간염 치료제의 공세에 맞서 길리어드는 비리어드의 부작용을 개선한 ‘베믈리디’를 앞세워 견제에 나섰다. 베믈리디는 앞서 지난 5월 판매 허가를 받았지만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사실상 이번이 데뷔전이다. 기존에 비리어드를 복용했던 환자를 얼마나 많이 신규 고객으로 흡수하느냐가 베믈리디의 초반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유한양행(000100)과 녹십자(006280)도 판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1년부터 비리어드의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했고 녹십자도 바라크루드의 총판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는 양사 입장에서는 비리어드와 바라크루드의 실적에 따라 향후 매출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은 그간 비리어드와 바라크루드가 양분했지만 국내 기업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됐다”며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맞서 원조 의약품이 약값 인하로 맞불 작전에 나서는 등 갈수록 마케팅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