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012년 처음으로 이들 부품업체의 국제담합 사실을 인지한 후 5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이번 제재를 가했지만, 올해 5월 형법상 담합사건의 공소시효(5년)는 이미 넘겨 검찰 고발은 고려하지 못하게 됐다.
공정위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발주한 자동차 연료펌프 입찰과 가변밸브타이밍 납품시장에서 담합한 일본 덴소와 이 회사의 한국 자회사인 덴소코리아, 일본 아이산쿄우교우의 한국 계열사인 현담산업과 미국계 델파이파워트레인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현대·기아차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닌 덴소를 제외하고 덴소코리아, 현담산업, 델파이파워트레인은 각각 169억4,300만원, 168억2,100만원, 34억9,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덴소와 덴소코리아, 현담산업은 2007년 8월부터 2009년 2월 27일까지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자동차 연료펌프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미리 투찰가격 정보를 교환해 밀어주는 수법을 썼다. 연료펌프는 자동차 시동을 걸면 연료를 엔진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 기간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덴소코리아와 현담산업은 연료펌프 선정 방식 변경에 따른 가격인하 압박에 대응하고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해 담합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기준 두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했다.
또 덴소와 덴소코리아, 미국계 델파이파워트레인은 2009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완성차업체의 경쟁 유도에 따른 단가인하 압력을 피하고자 ‘시장 나눠먹기’에 합의했다. 가변밸브타이밍은 가솔린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부품이다. 국내 가변밸브타이밍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덴소코리아와 델파이파워트레인은 완성차업체가 신규견적 요청서를 보내면 상대방의 가격 수준을 미리 확인해 서로의 시장 침탈을 자제했다.
한편 공정위는 앞서 2014년 1월부터 자동차 부품 국제 담합 사건을 적발해 제재하고 있다. 다만 국제 담합 사건들은 공정위가 조사하는 동안 공소시효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검찰 고발 조치까지는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배영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 사건에 대해 “발주처가 한 곳이었고, 담합도 발주처의 단가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조사와 해외 당국과의 공조 등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국제 담합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제 담합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집행체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등을 통해 해결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