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 칼빼든 MK…현대기아차 '인사 태풍'

국내외 판매·마케팅 실적 부진에
내달 정기인사 전 대대적 인적쇄신
서춘관 전무·백현철 부사장 이어
해외 조직개편 앞둔 美 사업장
국내 판매부문 추가인사 예고
상품기획부문도 교체 대상 거론

현대·기아차가 최근 국내외 일부 보직에 대한 문책 인사를 단행하는 등 대규모 인사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신상필벌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던 정몽구 회장이 최근의 실적 부진과 전략 실패에 대해 ‘책임의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2월 마지막주 정기 인사 전까지 대대적인 책임 인사를 단행한다. 국내외 실적부진과 제품 기획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요 포스트에 있는 임원 상당수를 교체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책임 인사는 이미 지난달 말 시작됐다. 글로벌 시장을 권역별로 나눠 권역본부를 세우고 그 아래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두는 내용의 해외 조직개편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인사가 이뤄졌다. 신현종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부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고 백현철 기아차 중국법인 부사장도 옷을 벗었다. 현대차에서는 안영진 인도법인 상무가 회사를 떠났다.

국내 부문도 책임 인사가 진행됐다. 기아차 국내영업과 마케팅을 오가며 세일즈·마케팅을 책임졌던 베테랑 서춘관 마케팅사업부장(전무)이 그만뒀다. 서보원 국내 마케팅실장(이사)도 개인적인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국내영업은 회사를 상징하는 핵심 부서다. 역대 대표이사 중 대부분이 국내영업에서 배출됐다. 고객을 잘 아는 사람이 최고경영자를 맡아야 한다는 정 회장의 철학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영업에서 책임 인사가 단행된 것은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해석이다.

현대·기아차 안팎에선 앞으로 인사태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정 회장은 판매든 재무든, 노사든 기업문화든 경영상의 문제가 생기면 즉시 책임 인사에 나섰다. 이런 스타일을 잘 모르는 사람은 ‘럭비공 인사’라고 하지만 회사 내부에선 ‘수시 인사’라는 말로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벌이고 있는 점도 대규모 인사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업계에서는 특히 미국 사업에서 추가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 판매 부진과 조직개편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미국 권역본부가 내년 초 출범하기 전 판매법인과 생산법인 인사 구성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이 도요타 출신 베테랑인 브라이언 스미스 씨를 영입한 것도 인사 교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상품기획 쪽도 문책 대상으로 꼽는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미국 판매 부진의 이유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라인업 부실로 보는 만큼 책임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셰일오일 개발에 따른 저유가로 대형차와 SUV 수요가 늘어나는 트렌드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판매부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70%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이는 경쟁사가 스스로 무너진 데 따른 것일 뿐 현대차 ‘그랜저’와 ‘코나’외에는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다. 생산부문에서도 노사협상이 늦어지고 있어 책임 인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 대표를 배출한 재경부문은 앞으로도 주도권을 쥐고 ‘관리 경영’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주요 임원 인사는 정 회장이 직접 하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책임 인사를 통해 조직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경영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회사가 위기에 빠진 상태라 어느 정도의 인적 쇄신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앞으로 조직개편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해외조직 및 운영체계 개편과 해외 마케팅·고객경험본부 신설도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고객 지향성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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