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의원들(버지니아 주 돈 베이어 의원, 네바다 주의 재키 로젠 의원, 캘리포니아 주 마크 타카노 의원, 그리고 다수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통의 편지를 공동 명의로 보냈다.
의원들은 이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 정보 습득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이 편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의 국장 및 국원 인선 시 능력 있는 인물들을 앉히지 못했으며, 이로서 대통령은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지에서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과학기술정책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OSTP)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부서는 국장도 임명되지 못하고, 직원 상당수가 공석인 채로 방치되고 있다.
의회는 1976년도 국가 과학 기술 정책 조직 우선 순위법에 의거,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인사들이 과학 기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백악관 과학기술국을 만들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기구는 케네디 대통령 때 비공식적이나마 처음 등장했다. 케네디의 참모들은 케네디가 NASA 달 탐사 임무, 발전하는 의학 및 군사 기술 등의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과학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베이어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정의할 수 있는 표현은 혼돈과 대안 팩트다. 또한 그는 과학을 꾸준하고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중국이 퍼뜨린 거짓말이라고 직접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잘못된 세계관을 강화시키는 거짓말에 자꾸 낚이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들은 대통령에게 진짜 과학을 아는 믿음직한 참모들을 임명하기를 권한다. 과학기술정책국장도 그런 사람으로 앉혀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은 정확한 정보에 입각해 더 나은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과 과학적인 절차를 대놓고 무시해 왔다. 그런 점을 비판하는 편지는 예전에도 날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농무부의 수석 과학자로 샘 클로비스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잡음이 흘러나온다. 토크쇼 사회자인 클로비스는 과학 분야가 아닌 행정학 박사 학위 소지자다. 전임 농무부 차관들은 영양학 또는 공공 보건학 전문가들이거나, 생화학, 식물생리학 학위 소지자들이었다.
게다가, 5월 초 미국 환경보호청은 내무부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과학 자문위원회의 위원 여러 명을 해임시켰다. 보통 이런 위원들은 2~3년은 근무하지만, 이번에 해임된 사람들 중 다수는 불과 1년밖에 근무를 못 했다. 행정부의 성명에 따르면 기업과 더욱 끈끈한 유착관계를 지닌 과학자들로 공석을 대체할 거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조치로 인해 과학 자문위원회가 미국인들의 이익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움직일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5월 18일 의회는 경각심을 갖고 이에 대처했다. 뉴욕 주 공화당 의원인 엘리스 스테파닉과 일리노이 주 민주당 의원인 빌 포스터가 이끄는 70명의 의원들이 환경보호 청장 스코트 프루이트에게 서한을 보내, 최근 과학 자문 위원들의 해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서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러한 조치가 환경보호청의 정책 우선순위와 환경 보호 의지에 끼칠 영향이 심히 우려스럽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 해머슐라그 대학의 공학 교수이며, 전 환경보호청 과학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그랜저 모건은 “과학 자문위원회에는 언제나 소수의 산업계 인사들이 있었다. 가장 뛰어난 학식을 가진 인재만이 위원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 환경보호청의 업무 범위는 무척이나
넓기 때문에 다양한 과학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과의 균형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고 비공식적으로나마 느꼈기 때문에 산업인들을 받아들인 것이다”고 말한다.
과학 자문위원회의 위원들 중에는 ‘프록터 앤 갬블’ 사나 ‘엑슨 모빌’ 등의 기업 소속 연구자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그냥 준비된 원고를 읽는 느낌을 주었다.
하버드 대학의 과학기술연구 교수인 쉐일라 자사노프도 이에 의견을 같이한다. “내가 아는 어떤 과학 자문위원회도 반기업적인 곳이 없다. 나는 그런 조직들을 여러 해 동안 연구해 왔다. 미국 과학한림원이나 국립 연구 회의 같은 곳에서도 언제나 균형을 맞춘다. 하물며 연방정부 소속의 과학 자문위원회의 활동이라면 여러 가지 이익들 사이에서 가장 공정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과학 연구 결과물을 흑백논리로 재단 할 수 없기에 과학 자문위원회가 생겼다. 과학자들은 철저한 연구 조사 끝에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지만, 그에 따르는 정책이 언제나 칼로 자른 것처럼 명쾌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부작용을 적은 기다란 목록이 있는 어떤 의약품은 감기 치료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큰 질병에는 얼마든지 써도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의회는 지난 1978년 환경보호청의 과학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미국 야생동식물들이 한 세대 동안 제초제와 살충제에 조직적으로 오염된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 제초제와 살충제도 원래는 미국인들의 삶을 개선시키려고 만들어진 물질이었다. 이들 유기염소 살충제는 아직도 자연 환경 속에 잔류해 있다.
모건은 “환경보호청의 과학 자문위원회의 기본 임무는 두 가지다. 우선 환경보호청의 주요 성과를 검토한다. 만약 환경보호청이 새로운 규제에 대한 분석을 하면, 과학 자문위원회는 보통 환경보호청이 과학을 올바로 적용했는지 검토하고 조언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과학 자문위원회는 정책 처방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사노프에 따르면 과학 자문위원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복잡한 사회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 사회 속에는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균형을 잘 잡아야 극복할 수 있다”며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상들은 병적이고 문제적이다. 첫 번째는 과학계에서는 언제나 의심을 샀던 특정인을 등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해 당사자들 다수가 지식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한 유형의 이해 당사자들을 또다른 유형의 사람들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균형 잡힌 외부인의 시선이 없다면 가짜 정보가 판을 치게 된다.
이 서한에서는 “의심스러운 정보원에서 나온 얘기를 자꾸 퍼뜨리고 다니는 것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의 반복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폴리티코’ 지 2017년 5월 15일자 기사에서 다룬 내용을 겨냥한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가 안보 부보좌관이 ‘타임’지의 특집 기사 두 건을 복사해서 대통령에게 주었다고 한다. 한 건의 기사는 지난 1970년대에 나온 것으로, ‘빙하기 도래론’에 관한 기사였다. 그런데 이 기사는 ‘타임’지에 실린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날조된 가짜 기사였다. 그리고 또 한 건의 기사는 지난 2008년에 작성된 것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특별 기사였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물론 이 편지에 서명한 사람들이 미국 의회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 위원회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는 베이어와 친구들이 대통령의 책상에서 치워버리려 애쓰는 비과학적인 뉴스도 나오는 판이다.
● 편지 전문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각하께
저희는 각하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걱정스럽습니다. ‘폴리티코’ 지 2017년 5월 15일자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국가 안보 부보좌관이 두 건의 ‘타임’ 지 특집 기사를 복사해서 각하께 주었다고 합니다. 한 건의 기사는 지난 1970년대에 나온 것으로, ‘빙하기 도래론’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타임’지에 실린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날조된 가짜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건의 기사는 지난 2008년에 작성된 것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특별 기사였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한 각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의심스러운 정보원에서 나온 얘기를 자꾸 퍼뜨리고 다니는 것이야말로 각하의 행정부의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예전에도 가짜 보고서에 근거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각하의 전화를 도청하라고 지시했다는 거짓 주장을 하셨습니다만, 그 주장의 근거가 된 보고서는 미 정보기관의 간부들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어느 대안 우파 사이트에서 지원해 준 연구의 보고서를 읽은 다음, 지난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찍은 표가 수백만 장이나 부정 투표되었다고 주장하셨습니다만 그 근거가 된 보고서 역시 얼마 안 있어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각하가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례는 이것 외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백악관은 과학 정책 문제를 처리할 때는 가장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최신 과학 기술을 사용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정책국(OSTP)이야말로 각하가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물론 사용할 생각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기구는 각하가 취임하신 후 오랫동안 상당수의 인원이 공석 상태였고 심지어 국장도 없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국장으로 임명하신다면 과학기술문제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책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언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력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OSTP의 직원 공석이 채워지고, 유능하고 객관적이며 대안 우파 웹사이트가 만들어내는 대안 뉴스와 옳은 방법으로 검증된 과학적 진실을 분간할 수 있는 사람을 그 국장으로 앉히기 전까지는, 저희는 각하가 계속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될 거라고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기술적, 과학적 데이터에 의존해 왔기에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검증되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OSTP 국장 후보를 지명하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전임 대통령인 부시, 오바마 때와 마찬가지로, 각하가 지명하는 인물은 반드시 광범위한 학계의 시각을 대변할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endra Pierre-Lou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