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에...다 된 계약 코 빠뜨린 '거물들의 PEF'

윤영각 대표가 있는 파빌리온
팍스넷 주식양수도 계약 해지
진대제 설립한 스카이레이크도
오토텍 인수 최종적으로 철회

전직 장관·회계법인 회장 등 화려한 이력의 거물이 이끄는 사모투자펀드(PEF)가 잇따라 계약 직전에 거래를 깨는 일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충분한 조율 없이 거래를 진행하려다 벌어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윤영각(사진) 전 삼정회계법인 회장이 대표로 있는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달 30일 증권정보업체 팍스넷(038160) 인수를 위해 팍스넷의 최대주주 아시아경제(127710)와 맺은 650억원 규모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해지했다. 파빌리온 PE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다 보니 팍스넷의 투자와 사업방향에 대한 이견이 많았다”면서 “이견을 좁히기 위해 중도금 지급 기한을 계속 연장했으나 너무 늦어지면서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파빌리온 PE는 클라우드나인·GT투자조합 등과 함께 이번 인수에 나섰다. 윤 회장은 팍스넷에 이어 자산운용사·증권사를 인수해 종합 핀테크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었으나 차질을 빚게 됐다. 투자금액에서도 파빌리온 PE는 계약금 65억원과 1차 중도금 100억원을 낸 상태에서 계약이 해지되면서 손실을 봤다. 다만 기존에 낸 돈만큼 팍스넷의 지분은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해 재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후 벤처기업 중심의 투자로 주목을 받아온 스카이레이크도 자동차 설비 제작사 오토텍 인수를 최종 철회했다. 현대자동차와 성우하이텍 등에 자동차 설비를 제작해온 오토텍은 앞서 키스톤 PE, H&Q 코리아 등과 접촉했고 SBI인베스트먼트와는 구체적인 가격과 경영권 보장 등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스카이레이크는 다른 매수 희망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500억원을 제시했으나 경영권 보장에 대한 이견으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도입 초기에는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일 경우 투자자의 옥석을 가리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쟁 사모펀드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관행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모펀드 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막판에 계약이 틀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박호현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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