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건축문화대상-일반주거부문 본상] 초량도시민박

땅 경사·지형 차이 절묘하게 활용
상부 백색 건물 공중에 떠 있는 듯
외국인 대상 게스트하우스로
산복도로 다양한 집들과 조화
이국적 풍경 등 독특한 체험

초량도시민박은 대지의 경사를 이용해 건물을 지은 점이 인상적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가진 부산의 초량 차이나타운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경사지를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는 백색 건축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모닝 듀’로 이름 지어진 ‘초량도시민박’이 그 주인공이다. 콘크리트 계단과 저층부의 송판 무늬 콘크리트가 조화를 이루며 상부의 백색 건물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부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초량의 경사지에 지어진 초량도시민박은 지하 1층~지상5층 규모로 외국인 대상 게스트하우스다. 초량은 조선시대 왜관이 설치된 곳으로 일찍부터 외국과의 교류가 시작된 지역이며 지금도 중국인과 러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또 한국전쟁 이후 초량 경사지를 중심으로 집들이 대거 들어서 한국민의 근현대사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기도 하다.

초량도시민박은 이러한 초량의 역사적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지의 경사와 지형 차이를 절묘하게 활용한 점이다. 건물 안과 밖에 계단이 많이 설치돼 있는데 주변 골목의 경사 지형을 그대로 반영해 만들어 골목과 집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대지의 경사를 살려 바닥을 반 층씩 어긋난 높이로 설계하는 스킵 플로어 방식을 사용해 반층만 올라가도 개별 숙소가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각 객실에서 이국적인 초량의 풍경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창도 큼직하게 냈다. 초량의 풍경이 집의 일부인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시야가 탁 트여 바다 전경까지 집 안에서 누릴 수 있다. 자유로운 창의 위치는 멀리서 보면 산복도로의 다양한 집들 이미지와 겹치면서 독특한 시각 체험을 선사한다.


건물색이 흰색인 점도 특징이다. 초량도시민박을 설계한 오신욱 라움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언뜻 보면 흰색이 현대적인 깔끔한 느낌을 제공해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흰색은 주변의 다양한 색들을 포용하여 바탕이 되는 역할을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있는 듯, 마는 듯한 존재가 돼 환경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주변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도시민박은 관광활성화 및 원도심 재생을 위해서 생긴 새로운 주거 개념이다. 단독주택(230㎡ 이하)규모 이어야 하며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서 숙박업을 운영할 수 있고 반드시 주인이 거주해야 한다.

이에 라움건축사무소는 주인이 거주하는 공간과 이용객들의 공간을 적당히 분리하는 데 신경 썼다. 공용공간(공동거실), 휴게실 등을 수직적 공간구성의 중심에 배치했고 나머지 개별 객실들은 중심을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분리 배치해 사생활 보호가 유지되도록 했다. 싱가폴 국적의 남편과 한국 국적의 아내인 주인 부부는 최상층에 거주하면서 투숙객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모든 객실에는 독립된 화장실을 배치했으며 건물의 모든 조명은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오 소장은 “26평이라는 작은 대지 위에 경사지형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면서 초량의 풍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설계를 했다”며 “초량이 가지고 있는 장소의 특성을 전달하는 건축물로 오랫동안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초량도시민박은 초량의 산복도로에 들어선 다양한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시각 체험을 선사한다.


초량도시민박은 콘크리트 계단과 저층부의 송판 무늬 콘크리트가 조화를 이루며 상부의 백색 건물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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