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건축문화대상-계획건축 부문 대상] 페이스독(FACE DOCK!)

'벽을 보관하는 모듈'...스마트폰 통해 AI가 자유롭게 공간 재배치
페이스독에 설치된 센서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 수집
새로운 부동산 투자 방식 제시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건축 양식, 미래형 건축 양식'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문 대상을 받은 ‘페이스독(FACE DOCK!)’은 벽을 보관하는 모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형태가 고정되어 있는 기존 건축물의 한계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축물을 지향하고 있다.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문 대상을 받은 ‘페이스독(FACE DOCK!)’은 이번 계획건축의 주제인 ‘테크놀로지와 소통하는 건축’(Communication between Architecture and Technology)에 맞춰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건축 양식, 미래형 건축 양식’을 제시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페이스’는 ‘벽’을 의미하며, ‘독’은 ‘보관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페이스 독은 한 마디로 벽을 보관하는 모듈이다. 벽을 보관하는 모듈과 보관된 벽을 이동시키는 레일이 기본 구성이다. 기둥이나 바닥, 슬라브로 기초가 되어 있는 건축물에 페이스독을 설치하면, 사용자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자재로 공간을 구성하고 결제하면 인공지능(AI)이 명령을 해독해서 공간을 재배치해주는 것이다.

또 페이스독에는 센서가 설치돼 있어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수집할 수도 있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건물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경영이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기존의 부동산 투자는 주로 월세나 전세 등 임대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페이스독은 공간을 재배치해 사용하고자 하는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할 때마다 수익이 창출된다. 일종의 새로운 부동산 투자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건축이라고 하면 관련된 교육시설, 문화공간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페이스독으로 대상을 받은 가천대학교 건축학과 이민노(5학년)·장가영(5학년)·정민채(4학년)씨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페이스독은 지금까지 통용되는 건축물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페이스독(FACE DOCK!) 패널
대부분의 현대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 5원칙을 바탕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특히 근대 5원칙 중 ‘자유로운 평면’은 돔이노 시스템(dom-ino system·얇은 바닥판, 그것을 지탱하는 기둥, 그리고 오르내릴 수있는 계단을 집의 구조로 고안된 간편하고도 실용적인 건축의 새로운 방식)에 의해 과거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무거운 메스의 개념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르 코르뷔지에의 이론에 열광했던 이유는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맞춰 자유로운 건축 양식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독도 과거 르 코르뷔지에가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건축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인공지능(AI), 3D프린터,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은 인간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건축은 인간에게 풍요로운 공간이나 환경을 제공하지만, 인간의 삶을 가장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페이스독을 제안한 설계자들은 이 같은 공간의 규정을 깨고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 건축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계획건축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건축사사무소 다린의 임인옥 건축가는 “페이스독은 근·현대 건축물의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다양한 삶과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가변적 벽체의 구성을 통해 제안했으며 사용자 분석을 통한 운영방안 제시 등 주제의 적합성과 건축적 해석이 우수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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