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과학교육원 전경. 청동색 구를 곡선 모양의 건물이 감싸고 있어 마치 행성이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전라북도 과학교육원 진입 전경. 곡선 모양의 건물 뒤로 청동색 구(플라네타륨)가 배치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KTX 익산역에서 원광고등학교 방면으로 차로 20분을 달리면 SF영화 스타워즈나 그래비티에서 볼 수 있는 우주의 모습을 형상화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지름 22m 규모의 청동색 구가 정원 중앙에 위치해 있고 곡선 모양의 4층 건물이 구를 감싸고 있어 마치 행성이 우주를 유영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왼편에는 3층 규모의 직선 건물을 배치해 행성으로 빛이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공공부문 대상을 수상한 ‘전라북도 과학교육원’은 우주를 향한 꿈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건물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학 및 과학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교육연수관(3층)과 로봇·천문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어린이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곡선 모양의 전시체험관(4층)으로 구성돼 있다. 두 건물 사이에 청동색 모양의 구인 ‘플라네타륨’을 배치해 우주 공간을 연출함으로써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극대화되도록 했다.
전라북도 과학교육원을 설계한 이길환 길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아이들이 과학 체험을 하면서 자유로운 상상과 공상을 할 수 있도록 건물을 우주 모양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우주 형상화해 상상력 극대화
자연채광 활용 에너지 절감도
전라북도 과학교육원 안마당 전경. 청동색 구(플라네타리움)가 잔디 마당에 배치돼 있어 마치 우주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1975년 전주에서 개관했던 옛 전라북도 과학교육원은 건물 노후화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조차 없어 기자재를 운반하거나 장애인들이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또 냉난방기 노후화와 오래된 하수 처리 시설로 실험실을 운용하는 데 애를 먹었다.
2016년 12월 신축된 전라북도 과학교육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동이 편리하도록 교육연수관과 전시체험관에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교육연수관 규모를 키우고 시설을 현대화해 최첨단 수학 교구, 과학 실험 자재들을 안전히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간임을 고려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 콘센트를 바닥이 아닌 천장에 보관한다. 3층에는 교육연수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30~40석 규모의 식당도 설치했다.
전시체험관은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어린이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1층은 유아과학관, 2층은 전통·기초 과학관, 3층은 로보누리관·에너지관, 4층은 천체관측관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이 맘껏 뛰놀면서 구경할 수 있도록 동선의 폭을 넓혔고 전시관 내부에 유아놀이방을 별도로 만들어 수준별 놀이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영·유아가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화장실도 설치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옥외놀이터와 잔디마당도 마련했다.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에도 신경 썼다. 기존 경사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축물과 경사지가 만나는 부분을 어긋난 높이로 설계하는 ‘스킵플로어(skip floor)’ 기법을 도입했다.
전라북도 과학교육원 천체관측실 전경. 돔 사이로 벌어진 공간을 통해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밖에 친환경 건축기법으로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태양광·태양열·광선반등을 적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도 극대화했다. 전시체험관 4층 옥상 등 주요 위치에 태양광·태양열 패널이 설치돼 있다. 김영찬 전라북도 과학교육원 원장은 “건물 전체 에너지의 15%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잔디마당부터 전시체험관 내부에 있는 유아 과학관, 천체 관측관 등 다양한 공간들이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체험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전시체험관 4층 위 옥상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단은 심사 총평에서 “지면의 경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옥상 정원으로 연결되는 기존 설계안이 진행 과정에서 없어져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