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혁경(사진)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도시부문 사장의 사무실 벽에는 한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서울 반포 일대 고급 아파트단지들의 ‘투시도’가 붙어 있다. 이는 아크로리버파크와 재건축사업 완공 후의 신반포3차·경남,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투시도다. 합쳐서 거의 만가구에 육박한다. 이 단지들 모두 윤 사장이 설계했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내 대표 고급 아파트단지들이 그의 손을 거쳐 지어지는 것이다.
윤 사장은 2007년 도입됐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던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아크로리버파크 설계에 활용했다. 그가 설계한 아크로리버파크는 조화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의 혁신적인 건축물로 평가 받으며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어지게 될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3차·경남도 공동주거시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건축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 사장은 한강변 아파트 3곳 외에도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해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동대문구 제기4구역, 금천구 시흥동 무지개아파트, 송파구 잠실우성1~3차에서 자문 역할을 맡았다. 아직 서울에서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해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10개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윤 사장만큼 특별건축구역 제도에 정통한 전문가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건축구역 제도와 적용 사례들을 소개하는 책 ‘특별한 건축, 도시를 바꾸다’를 집필 중이다.
윤 사장은 1977년부터 서울시 건축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도시정비과장, 도시관리과장 등의 직책을 거쳤고 2009년 명예퇴직 후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늘 관심을 갖고 공부해 왔던 도시와 건축, 경관의 조화를 한강변의 고급 아파트단지들에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생의 행운”이라며 “설계자를 믿고 설계에 관한 사항을 전적으로 맡긴 좋은 건축주들을 만난 덕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