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편의점, 공익 인프라로 진화시켜야

민승배 BGF 커뮤니케이션실 상무



지난해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은 규모 7.3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엄청난 피해 앞에서 일본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발만 굴러야 했다. 이때 재난 구호에 큰 힘을 보탠 곳이 바로 편의점이었다. 피해 지역의 편의점들은 이재민에게 필요한 식수와 주먹밥·도시락 등 생필품을 우선 공급하며 긴급 구호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국내 편의점들도 전국 방방곡곡에 펼쳐져 있는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공익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처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행정안전부·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민관 협력의 ‘재난 예방 및 긴급 구호 체계’를 구축했다. 각 시도의 물류센터가 구호물품 저장소가 되고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이어진 점포 하나하나가 이재민센터 역할을 맡는다. 덕분에 기존에 구호 사각지대에 있던 도서 지역과 산간 지방까지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편의점 사업 자체도 공공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편의점의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가맹 시스템을 자활 근로 사업에 도입함으로써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향후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근본적인 자립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지역사회에서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국내 편의점은 3만개 시대를 열었다. 이는 편의점 인프라가 지닌 공익적 효익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뜻한다. 편의점 인프라의 공익적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수요를 세심하게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기부·선행에 그치는 사회공헌활동(CSR)이 아닌 기업과 지역 사회가 만나 긍정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추구하려면 비즈니스와의 적합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주체들이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개선·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편의점 업계의 CSV 활동이 실효성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돼야만 지역사회와 기업이 동반 성장 할 수 있다. 편의점이 단순한 소매점 역할을 넘어 공익 인프라로 진화하고 그 역할을 확대해 한 단계 더 성숙한 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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