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덕·탄두르·소믈리에까지..."요리 개발실이 따로 없네"

['주방가전 산실 ' LG전자 창원 R&D센터 가보니]
연구 인력 1,500명 집결
각국 음식 조리기구 모아
170개국 수출 모델 개발
지하엔 '주방가전 도서관'
750대 가전 언제든 활용

냉장고 외관을 모티브로 설계된 LG전자 창원R&D센터 전경.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창원R&D센터 지하 1층 시료 보관실에서 한 연구원이 제품 개발에 사용할 냉장고 시료를 운반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창원R&D센터 요리개발실에서 한 연구원이 화덕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해보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한쪽 끝에는 피자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황토색 화덕이 있고 다른 쪽에는 인도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항아리 모양의 가마인 탄두르가 있다. 전 세계 요리를 탐구한다는 요리 품질 전문가는 그 앞을 수시로 들락날락거렸다. 눈 감고도 물맛을 기가 막히게 구별해 낸다는 ‘워터 소믈리에(물맛 감별사)’도 바쁘게 움직였다. LG전자가 전 세계 170개국에 수출하는 주방가전의 연구개발(R&D) 메카로 키우겠다며 새롭게 문을 연 창원R&D센터 14층 요리개발실 풍경이다. 전자 회사의 R&D센터라기보다 웬만한 대형 음식점 주방을 연상케 한다.


LG전자는 지난 1976년 지은 창원공장 본관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창원R&D센터를 지난달 준공했다. 창원1사업장 내 뿔뿔이 흩어져 있던 냉장고와 정수기·오븐 등 각종 주방가전 연구기능을 한데 모은 첨단 요충지다. 연구인력만 1,500여명에 달한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LG전자 주방가전의 산실(産室)”이라고 자부했다.

창원R&D센터에서는 전 세계 주방에서 쓰일 수 있는 요리 레시피가 연구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방가전 연구의 핵심은 ‘어떻게 원하는 음식 맛을 구현하느냐’이기 때문. 실제로 LG전자 쿠킹·빌트인사업 소속 연구원들은 세계 각지를 다니며 전통 주방기기로 조리한 메뉴를 직접 맛보는 등 맛집 탐방을 통해 상품을 기획한다. 레시피를 발굴하면 실제로 조리기기를 통해 어떻게 같은 맛을 구현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최근 디오스 오븐에 탑재된 ‘수비드’ 조리법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수비드는 밀폐된 비닐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로 오랜 시간 데워 요리하는 조리법이다. 이고은 LG전자 선임연구원은 “겉만 타는 직화 조리법에 비해 수비드는 음식물 전체가 ‘미디엄 레어’로 요리된다”면서 “음식을 데우는 물을 0.5도 차이까지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디오스 광파 오븐’에는 이렇게 개발된 130개 조리 코스를 넣었다.

지하 1~2층에는 ‘주방가전 도서관(시료 보관실)’이 있다. 600㎡ 규모 공간에 냉장고와 오븐, 식기 세척기 등 주방가전 750여대가 빼곡하다. 개발 단계인 제품을 보관하는 장소다. 회사 관계자는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보고 반납하는 것처럼 연구원들은 시료 보관실에 와서 언제든 필요한 제품을 찾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창원R&D센터가 후발주자로 뛰어든 1,25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주방가전 빌트인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여러 주방가전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융복합 연구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수기와 냉장고 기술력이 결합된 ‘LG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가 탄생하는 식이다.

LG전자는 창원R&D센터가 국내 가전 생산의 심장인 창원공장에 지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설명이다. LG전자가 오는 2023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창원1사업장 스마트공장 전환’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송 본부장은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하는 창원1사업장이 세계 가전시장의 메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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