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용칼럼] 혁신성장과 지대추구

한양대 금융공학부 교수
개인·기업 생산성 향상으로
지속적인 성장 기반 다지고
중소벤처 정부지원 효율화로
노력 없는 이윤 창출 근절해야



지난 11월1일 대통령의 두 번째 시정연설이나 최근의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 혁신성장이 강조되고 있다. 혁신성장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혁신이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또 최근 정부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혁신성장의 핵심동력을 벤처투자 등 혁신창업의 활성화에서 찾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 정책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의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창업을 활성화하고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나 벤처투자만이 혁신성장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혁신성장은 훨씬 더 넓은 의미를 가지는 경제 전체의 성장정책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혁신성장의 핵심은 개인이나 기업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생산성 증가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같은 거창한 4차 산업혁명뿐 아니라 벤처기업이나 혁신창업 활성화도 결국 생산성 증가를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생산성 증가는 업종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서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생산성 증가는 첨단산업뿐 아니라 전통산업에서도 필요하며 대기업부터 중견기업·중소기업뿐 아니라 조그만 영세사업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추구해야 할 목표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생산성 증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과 규제 그리고 제도를 정비하고 필요한 경우 재정이나 금융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성 증가를 위한 법·제도·규제의 정비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대추구(rent seeking) 행위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개인이나 기업의 지대추구가 가능해지면 굳이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 없이도 이윤이 생기게 되고 이는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동하게 된다. 만일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기득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이에 따라 지대추구를 조장한다면 이러한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제도 미비로 지대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혁신성장을 위한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지원도 생산성 증가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과거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비롯해 판로 개척이나 인력·마케팅 지원 등에 걸쳐 수많은 종류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중소벤처기업 정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 기관이 제공하는 지원 간에 중복도 존재하고 동일한 기업이 여러 개의 지원을 계속해서 받는 경우도 있었다. 정책적 지원의 양적 확대에 집착하기보다 지원 대상 기업의 효율적인 선별과 평가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지원 자체의 생산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만일 중소벤처기업 지원이 엄격한 선별과 사후평가 없이 이뤄진다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기업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부 지원이 오히려 지대가 될 수도 있고 따라서 생산성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동시에 정부의 지원이 새로운 진입 장벽과 규제를 만듦으로써 정책이 의도한 바와 달리 경쟁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이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성장정책이므로 선별과 평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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