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대북 억지력 위해 美 전략자산 대거 배치...전작권 전환은 언급 안해

트럼프 "韓, 수십억弗 무기 주문"
조인트스타즈ㆍ포세이돈 정찰기
SM-3 미사일 등 도입에 무게
미사일 개발 자주권도 강화
굳건한 동맹 속 韓 군사력 제고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경기 평택의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마크 내퍼(왼쪽부터) 주한 미국 대사 대리,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브룩스 사령관, 트럼프 대통령, 정경두 합참의장,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은 미국에 단순한 동맹국 이상입니다. 전쟁에서 나란히 싸웠고 평화 속에서 함께 번영한 파트너이자 친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방한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미 간에) 서로 많은 일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며 이른바 ‘코리아 패싱론’을 불식시킨 것이다.

◇강화되는 대북 억지력=양국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등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를 즉시 시작하도록 담당 관리에게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가진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으로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도입이나 우리 군의 핵무기 독자 개발에 반대하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면서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압도적인 대북 군사력 우위를 한국이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위력 제고의 또 다른 방안으로 미국산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도발을 조기에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조인트스타즈(JSTARS)나 포세이돈 정찰기 등 전략 정찰자산 도입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계 개발 및 구축 작업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기술 협조나 핵심무기체계 판매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국산 이지스함에 장착할 수 있는 ‘스탠더드미사일(SM)-3’나 ‘SM-6’의 국내 도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우리 정부가 사들일 미국 군사자산 등의 규모가 7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수십억달러 상당의 장비를 주문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시작전권 전환 이슈에 대해서는 한미 간 큰 원칙에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지만 구체적인 속도와 사전 준비 방안 등을 놓고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조율의 여지가 남아 있다.

◇미사일 자주권 강화=이날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한국의 탄도미사일 자주권을 한층 높였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탑재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방침을 담은 ‘2017 개정 미사일 지침’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게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지난 1979년 만들어졌다. 로켓기술이 일천하던 당시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과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스스로 개발 능력(사거리·탑재중량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침에 합의한 것이다. 해당 규제는 이후 약 40년간 점진적으로 우리 측의 요청으로 느슨해졌다. 특히 2012년 한미가 우리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800㎞로 제한하는 데까지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탑재할 수 있는 탄두 중량은 500㎏ 이하로 제한돼 있었다. 이 정도 무게의 탄두로는 지하 깊숙이 숨겨져 있는 북한의 군사시설을 타격하기에는 파괴력이 제한돼 있었다.

미국은 당초 탄도 중량 해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이 고도화해 수소폭탄 실험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고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핵무장을 하자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핵무장 없이도 대북 억지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올해 7월의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룬 후 이번에 중량 제한 폐지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중량 제한이 없어진 만큼 우리 군은 북한의 지하벙커들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고성능 전술 및 전략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남은 숙제는 연료 주입 준비단계 없이 곧바로 응사할 수 있도록 고체연료 방식으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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