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열린다] 日, 초소형 위성으로 차별화...스페인 '로켓 허브' 구축에 올인

<중> '우주이코노미' 선점 나선 日과 유럽
日, 악셀스페이스 마이크로 위성 활용 빅데이터 판매
PD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우주여행 상품 개발"
유럽 우주기술展선 정지상태 때 유용한 추진장치 선봬
獨도 인큐베이팅·경연대회 통해 스타트업 적극 육성

나카무라 유야 악셀스페이스 대표/박홍용기자
오가와 슈지 PD에어로스페이스 대표/박홍용기자
지난달 24~26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유럽우주기술전시회에 참석한 각국 기관·기업·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마련된 미팅 장소에서 협력 방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스페이스테크엑스포유럽
지난달 24~26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유럽우주기술전시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아리안그룹이 개발 중인 발사체 아리안6 설명을 듣고 있다./브레멘=권용민기자
“우르릉 쾅.”

일본 나고야역에서 차를 타고 50분을 달려간 아이치현의 PD에어로스페이스 연구개발(R&D) 센터에 들어서자 요란한 기계 소리가 기자를 맞이했다. 2층 건물에 오르자 항공기체를 용접 중인 백인 엔지니어가 “곤니치와(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웃어 보였다.

이 회사는 일본의 우주벤처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이다. 일본 2위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굴지의 여행사인 HIS에 투자를 받아 오는 2023년까지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해 일본 열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조종사 2명과 승객 5명이 탑승하는 형태의 로켓비행기를 만들어 고도 100㎞까지 올라갔다가 90분 만에 내려오는 방식이다. 티켓 값은 1,400만엔. 오가와 슈지 PD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선진국 업체들의 기술은 정해진 콘셉트 이외의 비행을 수행할 수 없지만 현재 개발 중인 방법은 우주에서 대기도 할 수 있고 다른 공항에 착륙시킬 수도 있다”며 “제조는 물론 관리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주마켓 조사결과 전 세계 2,000억엔 가운데 아시아가 10분의1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 회사는 연간 1,000명을 타깃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우주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 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우주산업의 주도권이 민간 분야로 넘어가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무대로 한 국가와 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자신만의 강점을 가진 벤처 사업가들이 우주 비즈니스를 선점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바야흐로 우주 비즈니스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하다. 그동안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던 일본 우주산업은 민간 벤처를 앞세워 실용적인 비즈니스 분야를 개척하는 형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을 통해 우주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일본의 ‘악셀스페이스’도 주목받는 회사다. 지난 2008년 8월 일본 도쿄대 우주공학과 대학원생들이 모여 도쿄에 설립한 악셀스페이스는 2015년에 초소형 위성 50기로 이뤄진 지구관측 위성시스템인 ‘악셀글로브(AxelGlobe)’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50기의 마이크로 위성을 600㎞ 상공에 띄워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을 주기적으로 관측해 민간 기업에 농업·산림·어업·재난 등에 관련한 빅데이터를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쿄에서 만난 나카무라 유야 악셀스페이스 대표는 “일반적인 위성개발이 최소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데 마이크로 위성은 제작기간이 1~2년이고 제작비용도 수억원에 불과해 헬리콥터 제작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소형 위성이 직접 촬영한 위성사진을 꺼내며 “일본에서 기업들이 우주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며 “우주 빅데이터가 각 기업들에 반드시 구축해야 할 차세대 인프라라는 인식이 강해졌으며 이는 우리 같은 기업에 호재”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우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달 24~26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유럽 최대 우주기술전시회(Space Tech Expo Europe)에는 330여개 우주 관련 기업·스타트업들이 참여해 각사의 기술력을 뽐냈다. 특히 스타트업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엔펄션은 3~100㎏ 무게의 소형 위성에 사용할 수 있는 ‘전계 방출 전기 추진 장치’를 상용화하겠다고 나섰다. 이 장치는 정전기를 우주 추진체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슘·인듐·수은 등 액체 금속을 이용해 우주에서 정지상태로 있거나 세밀한 움직임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ESA나 관련 기업들이 지난 10년 넘게 해결해내지 못했지만 엔펄션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고 자신했다.

스페인 엘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PLD스페이스는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기반으로 ‘유럽의 뉴스페이스 로켓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스페인 정부는 관련 법 제정을 비롯해 각종 금융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PLD스페이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라울 토레스는 “2020년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우주기지 건설이 목표”라며 “유럽 내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기 적합한 환경을 가진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 회사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19년까지 두 번의 실험 발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 역시 스타트업 육성에 한창이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의 게르드 그루프 이사회 멤버는 “우주 분야의 아이디어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금융 지원을 포함해 인큐베이팅 센터, 경연대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젊은 인재들이 투자자들에게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금까지 꽤 많은 혁신 아이디어가 나오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도쿄·나고야=박홍용기자 브레멘=권용민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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