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 협력 속 경제 지키기' 숙제 남긴 한미정상회담

미사일 중량제한 폐지 등
동맹 공고화 확인 큰 소득
FTA 등 통상압력 대처할
후속조치 마련 서둘러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6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정상회담 후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 압박과 제재를 가한다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은 전 세계적인 위협”이라며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확대 강화, 미사일 탄도 중량 제한 완전폐지 등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한다는 합의도 포함됐다. 양국관계의 기본 축인 한미동맹과 북핵 공조가 공고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출발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오랜 동맹국 이상의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8월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위대한 동맹’이라고 평가했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군사 옵션을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모든 교역과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강조한 것과 초점이 다소 다르다. 그나마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직접 언급은 안 됐지만 중국과의 관계복원 과정에서 거론됐던 사드 추가 배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의 이른바 ‘3NO’ 원칙도 미국 입장에서는 내심 불만스럽다. “한국이 세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불만이 나온 배경이다. 게다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 개념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으로 바뀌었지만 우리 정부는 ‘미중 균형외교’를 외치니 양국관계가 자칫 불편하게 흐를 수도 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한 압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보다 교역을 먼저 꺼내고 “한미 무역협정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도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하나는 한일중 3국과 북핵 대응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 유리한 통상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가 줄었다거나 양국 경제협력의 효과가 크다는 지적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통상관계를 구축해 미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220억달러의 대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좋은 표적이다. 더구나 미국은 북핵을 한국과의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할 태세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 간 관계에서 무조건 협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어떤 협력과 동맹이 자국 이익에 최선인지만 따질 뿐이다. 미국이 한미동맹과 북핵 제재 공조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노골적인 통상 압력을 가하는 것도 ‘안보는 안보, 경제는 경제’라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미국에 지속적으로 보내 신뢰를 쌓고 한미동맹과 북핵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다만 앞으로 미국이 FTA로 인한 자국 기업의 불이익을 강조하는 등 통상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도 국익을 지키기 위한 후속조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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