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초단기채 펀드에서 2,53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달 11일 초단기채 펀드의 한 달 자금 유입액이 1,868억원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연초 이후 호황을 누리던 개별 펀드에서도 자금이 이탈했다.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과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에서는 최근 한 달간 각각 291억원, 24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13개 펀드 중 8개 펀드에서 자금이 순이탈했다.
초단기채 펀드란 투자 적격등급 채권(BBB- 이상) 중 만기가 6개월 안팎으로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환매 수수료가 없어 개인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기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주로 초단기채 펀드에 투자했다. 특히 북한의 핵 도발로 국내외 리스크가 높아진 지난 8~10월 사이에는 3개월간 1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들어와 연초 이후 자금 유입액이 약 2조9,750억원까지 증가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며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가운데서도 단기채 펀드는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북핵 도발 등 리스크가 발생한 지난달 전체 채권형 펀드의 한 달 평균 수익률은 -0.08로 저조했지만 초단기채권은 홀로 0.09%의 수익률을 유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전체 채권형 펀드가 0.96%로 떨어졌지만 채권형 펀드는 1% 이상의 수익률을 지켰다.
하지만 최근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투자자들이 초단기채 펀드에서도 환매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초단기채권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0.27%로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0.31%)보다도 낮다. 오춘식 유진자산운용 상무는 “과거 초단기채 펀드 기대수익은 2% 이상이었는데 최근 1% 안팎으로 떨어졌고 일부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도 한다”며 “판매점에서 고객들에게 초단기채 펀드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올해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은 전단채도 인기가 식었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단기 채권으로 최근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주요 단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4분기 발행된 전단채는 282억3,000억원 규모로 직전 분기에 비해 19.8%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으로 개인들이 채권 대신 주식 투자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정경선 키움증권 금융상품영업팀 과장은 “단기 금리가 3개월 미만 금융상품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이 좋다 보니 투자심리가 꺾인 게 사실”이라며 “특히 개인투자자와 일반 법인들이 만기가 12월 이후로 넘어가는 전단채에 대해서는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채 투자의 목적이 단기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려는 목적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 관련 우려가 지나가면 다시 수익률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춘식 상무는 “단기 채권은 기준금리가 아닌 시중금리의 영향을 받는데 현재 시장에 시중금리는 거의 반영이 된 상태”라며 “현재 횡보, 하락하던 구간이 2~3개월 내에 회복될 것으로 보여 지금이 매수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